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예ㆍ적금 잔액이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1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10개 저축은행의 수신은 올 5월 말 현재 46조5,802억원으로 전월의 46조6,960억원에 비해 885억원 줄었다. 저축은행 수신은 지난 80년 말 4,078억원에서 지난해 말 46조6,960억원으로 지난 26년 동안 10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월평균 6,000억원 이상 수신이 늘었지만 올 들어서는 증가 규모가 4,000억원대로 낮아진 후 5월에는 급기야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축은행 수신이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신용금고 부도사태가 났던 99년 4월 이후 8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주식시장의 랠리가 계속됨에 따라 6월과 7월에도 수신이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지역의 한 저축은행 대표는 “요즘 창구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88년 주식시장 급등 때와 비슷하다”며 “그때는 직접투자자가 많았지만 지금은 펀드 등 간접투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차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은행 간의 예금금리 차이가 0.7%포인트에 불과한데다 저축은행이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며 예ㆍ적금 유치에 소극적인 것도 수신감소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저축은행과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차이는 2005년 1월 1.80%포인트에서 2006년 6월 1% 미만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 5월 말에는 0.7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은행이 0.8%포인트의 가산금리만 더 주면 저축은행을 앞서는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은 주식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신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적금 금리 인상, 서비스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일부 저축은행은 적금 금리를 높여 소액의 안정적인 자금을 꾸준히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금리를 0.5%포인트 더 얹어준다고 해서 증시로 갈 돈이 저축은행에 잔류하지는 않는다”며 “금리 인상은 다른 저축은행에 있는 돈을 빼오는 데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여유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다며 수신 늘리기에도 소극적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제한되고 비상장기업 투자도 지분의 10% 이내로 묶여 있는 등 자금운용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저축은행의 생존을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정부의 규제만 따르면 당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저축은행이 미래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