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년대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의 가난한 농업사회였다. 67년에 과학기술부가 설립돼 불모지에서 시작한 과학기술정책은 지난 40여년간 눈부신 성과를 거둬 철강ㆍ조선ㆍ자동차ㆍ원자력ㆍ반도체ㆍ이동통신을 중심으로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을 일궈냈다.
그간의 성취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 미래를 지향하는 첨단기술산업을 발굴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21세기 성장동력으로서 우주산업은 기계ㆍ전자ㆍ소재 등 다른 산업 분야의 신기술이 활용되는 종합기술산업이다. 독자적인 우주기술 개발능력 보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주국방과 항구적인 평화 유지는 물론 재난 예측 등 실생활, 국제사회 협력 공헌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우주산업은 정부 주도로 개발되는 대표적인 분야로 50년대 미항공우주국(NASA)과 일본우주개발사업단(NASDA), 70년대 우주유럽기구(ESA), 80년대 독일우주센터(DLR)가 출범했다. 반면 우리는 90년대에 우주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는 92년 우리별1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ㆍ우주발사체ㆍ우주센터 등 우주기술 저변을 확대하고 99년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1호의 발사, 2005년 우주개발진흥법 제정과 국가우주위원회의 설치, 2006년 1m급 해상도의 아리랑2호 발사 성공과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 2명 선정 등 지속적인 우주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노력을 보다 체계화해 최근 정부는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16년까지 국가 우주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위성체, 발사체, 위성 활용에서 우주기술의 자립화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독자적인 우주기술 확보에 필요한 전략으로 우주기초원천기술개발사업의 시행, 우주개발사업의 관리 체제 강화, 인력 양성 및 인프라 확충, 국제협력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우주개발정책은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다. 소련이 57년 스푸트니크1호를 발사한 데 자극받아 설립된 미국의 NASA는 소련보다 먼저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국가적 목표 아래 미국인의 지지를 끌어냈다. “70년이 되기 전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던 당시 케네디 대통령의 말처럼 우주정책에는 최고 통치자의 리더십(presidential leadership)이 필요하다. 또 ‘우주 강국 실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언제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실천 방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 투자재원 확보와 운영 체제의 정비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담긴 세부 사업들에는 향후 10년간 3조6,000억원의 예산과 2,300여명의 추가적인 전문연구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과 대통령의 지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막대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운영 체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특히 기술기획 체제를 정비해 기존의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를 미리 피해가는 지혜가 요구된다.
셋째, 행정 체제 정비다. 우주개발사업은 9개의 부처가 참여하는 다부처사업의 특성을 갖고 있다. 국가우주위원회가 설치돼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고 있지만 정책 조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독립된 우주개발조직의 설치가 필요하다. 우주개발사업의 규모와 성과에 맞춰 단기적으로 우주개발국이나 실단위의 조직을, 장기적으로 우주청의 설립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민간의 우주 개발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초기단계의 우주 개발은 정부가 주도하겠지만 기술 개발의 진행상 가격 절감이나 품질 향상 등 기술 정착을 위해 민간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 민간의 참여를 통해 우주개발사업이 경제성장을 실현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나아가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