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4분기 상장기업 1,518개사와 주요 비상장기업 144개사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4·4분기 95.5%에서 올 1·4분기 97.2%로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1·4분기 101%, 2·4분기 102.9%를 기록한 뒤 3·4분기에는 96%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4·4분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같은 전체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중소형사들은 부채비율 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해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913개사의 1·4분기 평균 부채비율은 72.75%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74%보다 개선됐으며 전체 기업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문제가 화두인 가운데 중소형사들 중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본업이 회복되는 업체들을 주목한다면 적절한 시점에 좋은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해 1·4분기 대비 부채비율이 개선된 기업 중 실적이 상승한 업체들을 찾아보니 웰메이드·엠에스오토텍(123040)·디엠씨(101000)·에너지솔루션(067630)·포스코ICT·이그잭스 등이 꼽혔다. 웰메이드는 지난해 1·4분기 일부 자본잠식 상태에서 부채비율이 185.58%로 개선됐고 1·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8% 상승,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엠에스오토텍의 경우 지난해 1·4분기 1,481.38%의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올 1·4분기는 512.87%포인트 줄여 968.51%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74.74% 증가했다. 디엠씨(271.73%포인트)·에너지솔루션(289.55%포인트)·포스코ICT(97.90%포인트) 등도 부채비율이 상당히 개선됐고 매출액도 늘었다.
최준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부채비율 개선만으로도 이자비용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본질가치(펀더멘털)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부채비율뿐만 아니라 영업 기반이 회복되고 있는 지에 주목한다면 투자하기 좋은 중소형사를 선별하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흑자로 돌아서지는 못했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주목할 만한 업체들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대성산업(128820)이다. 대성산업의 1·4분기 부채비율은 413.7%로 총 차입금은 1조4,761억원에 달한다.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차입금은 3,198억원 수준이다. 현금성 자산은 현재 426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가 대성산업 구하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모회사인 대성합동지주를 통한 직·간접적인 자금 지원 규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3,000억원을 웃돈다. 대성산업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해진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사업장 등을 대위변제로 인수하면서 생긴 토지를 매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성산업은 디큐브 시티 오피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등 각종 자산을 매각해 4,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고 올해 안에 용인 구갈 역세권 사업장 2개 블록(1개 블록은 지난 6월 1,190억원에 매각 완료)과 디큐브 시티 등을 매각해 1조원의 빚을 갚는다는 계획이다. 대성산업 측 관계자는 "기존 주력인 에너지 사업 부문이 견고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통사업 부문도 매출 기준 지난해 30% 가까이 성장했다"며 "올해 유통사업 부문의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로 돌아서고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화장품(123690)도 지난 25일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837억원 규모의 서울 종로구 서린동 소재 서린빌딩을 재단법인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자산총액 대비 76.86%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날 대구 중구 동인동 소재 대구지점 사옥도 57억원에 처분한다고 밝혔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중소형주들 중 부채비율이 줄거나 줄이는 작업을 하는 업체들을 당장 투자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지켜보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매수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며 "다만 부채비율만 볼 것이 아니라 영업 현금흐름으로 이자를 얼마나 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줄어들고 있거나 본업이 좋아져서 매출액 등 실적 개선도 이뤄지고 있는 업체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