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히딩크식 지도자론

이번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은 폴란드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 등 세계의 축구 강호들을 하나하나 물리침으로써 세계축구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역사적 사건이 우리 국민들의 사기를 진작시킨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계층간ㆍ세대간의 분열과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하는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지도자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확실히 보여 준 것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단기간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누가 뭐라고 하든 간에 개의치 않고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지도자는 국가와 민족의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국가적 목표를 확실히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해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가의 명운을 결정해 방향을 정하고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지도자는 눈앞의 인기보다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진다는 엄숙한 사명감을 가지고 장기적 안목 하에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역대 많은 정권들이 개혁을 추진하면서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전시성 효과를 의식하거나 성과주의에 집착함으로써 대사를 그르친 것은 우리에게 히딩크 감독의 교훈을 다시 한번 더 되새기게 한다. 또한 지도자는 모름지기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현재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국정의 난맥 상도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연고와 파벌 등 비합리적 요소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원칙이 붕괴하면 신뢰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히딩크 감독은 학맥ㆍ인맥 그리고 과거의 경력이나 명성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현재의 실력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만을 기준으로 대표 선수를 선발함으로써 세계 8강이라는 우리 축구 사상 유례 없는 신기원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또 선수들 간에 선배나 형이라는 호칭을 싫어할 뿐 아니라 후배 선수가 훈련도중 넘어뜨린 선배를 일으켜 주는 것을 보고 엄하게 꾸짖었다고 한다. 오직 실력 이외의 요소는 완전히 배제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국가대표팀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오늘날과 같이 생존경쟁이 치열한 개방화 시대에 국가지도자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각종 규제와 불공정한 요소들을 제거하고 디지털 경제와 국제 규범에 맞는 공정한 룰을 형성함으로써 경쟁을 촉진시키고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켜야 한다. 또한 경쟁에 있어서의 투명성 확보는 공정성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신뢰구축에도 필수적이다. 우리가 지난날 IMF 경제위기를 당한 주요 원인 중의 하나도 바로 우리 기업들이 투명한 경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주가를 상승시키고 외자유치를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같이 국가의 정책결정에 있어서의 투명성 확보 또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확보는 물론 대외적인 국제 신인도 향상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 대해 권위적으로 군림하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명확히 제시하고 모든 선수가 이를 공유하도록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이를 이해시켜 선수들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오늘날과 같은 다원적인 사회에서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은 독불장군식 명령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대화와 설득에서 나온다. 설득이라는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적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민주국가의 진정한 리더십은 지도자와 국민간의 협의와 조정, 상호이해, 자발적 참여에서 나온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IMF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우리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만불도 채 되지 않으며 아직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한 지도자라면 개혁과 구조조정의 고통을 능히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기업과 금융의 부실을 조기에 처리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체계를 갖추며 공공부문의 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성장동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기본 원칙 강조, 공정경쟁, 수평적 문화 조성, 창의적 혁신 등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잘 수용해 우리 사회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것을 기대해본다. /안경률<국회의원·한나라당>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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