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의류봉제업 "납품단가 현실화 절실"

中 면화등 원부자재값 치솟아 한계상황 내몰려<BR>어음결제등으로 경영난 가중<BR>아예 문닫는 곳도 하나둘 생겨



지난 9일 찾은 서울 창신동의 봉제골목. 좁은 골목마다 3,000여곳의 소규모 봉제공장이 들어선 이곳에서는 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가동률을 낮추거나 아예 문을 닫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20㎡의 공장을 운영하는 한 봉제업체 사장은 "채산이 맞지 않다 보니 생산량이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며 "한때 5대나 돌리던 미싱을 2대로 줄일 수 밖에 없었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창신동 일대 봉제업체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솟기 시작한 원부자재 가격의 직격탄을 맞고도 이를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면화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임금 인상의 여파로 중국에서 수입해온 심지, 지퍼, 실 등 부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90m 기준)의 경우 최근 6개월여새 2만4,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33%나 뛰어올랐으며 봉제용 실도 900원에서 1,400원으로 50%이상 상승했다. 대부분의 원부자재 가격이 불과 6개월만에 30~70%까지 올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반면 납품단가는 몇년째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다 보니 중국발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의류산업협회가 의류봉제업체 9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1%가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원부자재를 납품업체로부터 공급받는 곳도 임가공비 인하압력을 받는 바람에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조사에 따르면 봉제업체의 78.9%는 납품업체로부터 임가공비를 낮추거나 동결해달라는 요구를 받았으며 실제 9.8%는 단가를 인하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영세업체들에게 전가하다 보니 전체의 28.6%는 기존 거래마저 포기한 비율도 28.6%에 이르고 있다. 차경남 의류봉제지원센터 본부장은 "미국 등 외국에서는 지난 1월 면사 가격 상승분을 의류제조 단가에 반영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국내 의류봉제업계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거래중단을 내세워 대금 일부를 외상이나 어음으로 결제하도록 요구하는 관행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 임가공업체 사장은 "거래관계를 10년 가까이 유지해 오던 의류업체가 부도를 내 어음 1억원을 결제받지 못했다"며 "처음에 현금 결제를 했지만 나중에는 회사가 어렵다며 5~6개월짜리 어음으로 바뀌었고 울며 겨자먹기로 어음을 받아오다 결국 대금을 떼이게 됐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줄이지 않기 위해 원부자재 공급선을 바꾸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최종 수요처인 대기업이나 중견업체에서 납품단가를 현실화하고 어음 결제기일을 줄이는 등 상생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