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기사조작 사실 공개로 미 언론계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왔던 뉴욕타임스(NYT)가 23일 퓰리처상을 수상한 자사 유명 기자의 기사 도용 사례를 밝히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NYT는 23일 편집자 사고를 통해 자사 전국부 소속 릭 브래그 기자가 지난해 6월 15일자로 쓴 플로리다주 굴 채취업자들에 관한 기사는 현재 NYT의 프리랜스 기자로 일하고 있는 J. 웨스 요더가 취재한 것으로 “요더의 이름도 기사에 함께 나갔어야 했다”고 밝혔다.
NYT측은 브래그 기자가 기사의 취재처인 플로리다의 아팔라치콜라를 직접 다녀갔는지에 대해 독자의 질문을 받았다며 “브래그가 현장에 몇 시간 다녀 간 것은 사실이지만 취재는 요더가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NYT가 브래그 기자에게 2주간의 유급 휴가를 주었지만 이는 사실상 정직 처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1994년 NYT에 입사한 브래그는 96년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관련 기사로 퓰리처상까지 받았으며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NYT의 이번 조치는 `블레어 사건` 이후 NYT가 겪고 있는 고민과 변화의 일단을 보여준다. 스스로 오류를 밝히며 솔직함을 인정받기는 했지만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신문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더욱 철저한 자기 반성을 오히려 위기 극복의 지름길로 여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NYT는 11일 1면에 사고와 함께 4장에 걸쳐 자사의 전직 기자가 저지른 거짓과 오류를 게재, 독자의 용서를 구했지만 이로 인해 워싱턴 포스트 등 경쟁지와 언론 학계로부터 무수한 질타를 받았다.
뉴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블레어 파동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이번 사건은 NYT 편집국내 인종문제, 의사소통 부재, 국장의 제왕적 운영방식 등이 빚어낸 구조적 사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론의 비판에 직면한 NYT는 지난주 자사 기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편집정책을 재검토할 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이날 사고를 통해 자기 반성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 이날 브래그 기자의 사례는 오랜 관행으로 여겨져 오던 것이어서 더욱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해 취재 당시 나는 브래그에게 고용된 인턴이었으며 기사에 이름 게재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요더 기자의 말을 인용, “NYT 내부에서도 이번 사고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용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