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할인점, 통신상품 유통 장악 나선다


앞으로 휴대폰을 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할인점과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구입해 개통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최근 유통업체 점포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 물량이 점점 늘고 유무선 통신 상품에 대한 사회적인 수요도 증가하는 만큼 주요 업체들이 관련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4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8월 81개 이마트 점포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주요 통신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인 ‘모바일 이마트’ 를 오픈했다. 이는 기존에 각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점포 소형가전 코너에서 해당 회사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통신상품을 판매했던 방식을 바꾼 것으로, 그룹 내 온라인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인 신세계I&C를 통한 위탁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용매장 마련 상설판매 시도=유무선 통합상품의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것도 눈에 띈다. 이전에는 휴대폰 이외의 IPTV와 인터넷전화 등의 상품은 각 지역 점포별로 인근 대리점과의 계약을 통해 단기 행사 형태로 불규칙하게 판매했지만 이제 매장의 전용 판매매장을 통해 상설 판매 형태로 전환한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I&C의 경우 유무선통신업으로 사업자등록이 된 상태라 IPTV를 포함한 관련 통합상품을 팔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기존에 각 사별로 여러 제품을 분리해서 팔다보니 고객들이 객관적으로 상품을 비교하기 힘들었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운영방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숍인숍(shop in shop) 형태의 이 매장을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129개 전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같이 계열사를 통한 판매는 아니지만 다른 대형마트들도 이미 임대 형식으로 통신상품 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현재 통신회사와 계약을 맺고 매장 안에 대리점을 입점시킨 상태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 2004년 3곳 통신사의 대리점을 한 곳에 모아 운영하는 ‘홈플러스 모바일 클럽’을 한층 더 강화시킨 ‘홈플러스 통신서비스’로 바꿔 2007년부터 관련 부스를 운영중이다. 초기만 해도 휴대전화를 주력으로 판매하던 것을 초고속인터넷 등 기타 통신상품과 아울러 판매하는 형태로 바꾼 것이다. ◇유통업체 통신상품 판매 급증=업체들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통신상품을 구입하는 주요 통로로서 할인점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데 있다. 홈플러스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전년보다 휴대전화 판매숫자가 30% 더 늘었다. 특히 IPTV와 인터넷전화 등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가 집중됐던 2009년에는 관련 상품 판매량이 더욱 커졌다. 이 기간 홈플러스에서 결합상품 가입자는 전년보다 2배 늘었고 롯데마트에서는 이들 상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체 통신 서비스 판매가 30% 더 신장했다. 이뿐 아니라 통신기능이 탑재된 PC와 노트북 출시도 점차 늘어나는 만큼 할인점들이 관련 수요를 잡기 위해 통신유통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전업체 대리점과 유통점의 판매 물량 비율은 50:50”이라며 통신기기 역시 제조업체 대리점이 아닌 할인점이나 양판점에서 가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휴대전화 판매를 시작한 하이마트의 경우 올해 전체 매출의 10%가 휴대전화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또한 업계에서는 유통업체들이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로 나서기 위해 발판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MVNO는 주파수를 보유한 SK텔레콤과 같은 이동통신사업자(MNO)의 통신망을 도매가로 저렴하게 빌려 독자적인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이렇게 될 경우 SK텔레콤의 ‘T 서비스’ 처럼 ‘이마트 휴대전화’, ‘홈플러스 휴대전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영국 테스코는 이미 MVNO서비스=신세계측은 이번 사업내용 전환은 고객 편의를 위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넓은 유통망을 갖고 있는 이마트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신세계I&C를 통한 신세계의 MVNO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점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 2004년 MVNO 서비스를 운영 중인 영국 테스코 본사처럼 국내에서도 관련 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홈플러스측은 “이마트가 신세계I&C를 통해 통신사업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서비스의 개통권을 통신업체가 갖고 있는데 유통권을 빼앗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최근 동향을 볼때 유통업체가 통신시장을 잠식하는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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