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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6일(현지시간) 은퇴 후 계획까지 공개하며 국내 정치권과 분명한 선 긋기에 나섰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전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반 총장의 차기 대권 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은 이날 저녁 미국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한 행사의 만찬 연설에서 노후 계획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최근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할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를 유엔의 첫 지뢰제거 특사로 임명하면서 자신은 유엔 8대 사무총장이니 '008' 요원으로 불러달라고 농담했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은퇴 이후 '008' 요원으로 일하거나 아내와 근사한 식당에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손자녀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반 총장은 이날 오전에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사무총장 일로 바빠) 그럴 여력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입장을 이전에도 분명히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또 나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도 반 총장 측은 국내 정치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계속 제기되자 공식 '언론대응자료'를 배포해 "반 총장은 전혀 아는 바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반 총장은 불편부당한 위치에서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을 자신의 의사와 전혀 무관하게 국내 정치 문제에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 자료는 반 총장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지만 보좌진이 반 총장의 허가를 받아 정리해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