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물론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경제학),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경제학) 등 미국 경제계의 내로라 하는 이론가들은 올 하반기에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와 생산 위축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경고했다. 그땐 비관론자들이 대세를 이뤘고 낙관론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2ㆍ4분기 중반의 지표들이 나오면서 낙관론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적고 오히려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증권시장의 붕괴와 이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불안 등의 악재가 우려되지만 미국 경제는 적어도 올 하반기에 안정기조로 간다는 게 월가의 컨센서스다. ◇주택시장 침체 영향은 제한적=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던 주택시장 침체가 경제 전반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소비위축-기업생산 감소-실업증가-성장률 급감-경기침체 등으로 이어지는 암울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보다는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과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미국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을 고려한다면 주택시장 침체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벤 버냉키 현 FRB 의장의 말이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 1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2002년 1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생산과 소비ㆍ고용 등의 경제지표와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는 주식시장, 달러 강세 등을 감안할 경우 2ㆍ4분기에는 2%대의 성장률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리서치 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의 아이절 골 애널리스트는 “1ㆍ4분기 성장률이 저조했지만 실업률이 연율 기준 4.5%를 유지하는 등 고용시장이 탄탄해 2ㆍ4분기에는 성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과 소비심리지수가 개선되는 것도 미국 경제 회복론에 힘을 실어준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각교정=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다시 보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고 달러자산 매입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 블루칩 500대 기업의 순익이 7%대를 유지하는 등 양호한 기업실적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경기 회복론’에 힘이 실리면서 올초 1달러당 115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 가치는 현재 122엔대로 상승,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RBS캐피털의 앨런 러시킨 외환 전략가는 “경제지표 호전과 미국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경착륙이나 달러화 매도에 대해 얘기하기가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5월 초만 해도 FRB가 경기둔화를 우려해 연방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6%대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경기회복 기대로 수익률이 5%에 다가서며 오르고 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0%에 근접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고용과 생산ㆍ소비 등 국내 경제지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유동성 흐름을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 경제의 ‘바닥 탈출론’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월가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제어되는 가운데 바닥을 치고 완만한 성장을 나타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