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증시에 외국기업 유치하려면

참여정부의 경제부문 국정과제 로드맵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동북아 금융허브다. 얼마 전 증권선물거래소는 오는 2008년까지 외국기업 30여개의 국내증시 상장을 유치해 세계 10대 증권시장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굴지의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의 국내증시 상장 포기 및 해외 직상장 추진 소식은 이런 야심찬 프로젝트를 무색하게 만든다. STX팬오션은 30% 정도의 주식을 홍콩이나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 3억달러를 조달할 방침이다. 상장규정을 충족시키기 어려운데다 외국에서 공개하는 것이 주식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STX의 해외증시행은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증시는 상장 문턱이 높고 상장 후 주가관리 등 신경써야 할 대목이 많아 이른바 상장유지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지적된다. 쉽게 말해 상장해서 얻는 이익보다 부담이 더 많아 기업들이 공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STX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주주중시 경영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은 주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다 집단소송제 도입 등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상장ㆍ등록기업들의 부담이 점점 커져 가는 추세다. 이는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 긍정적인 점도 많지만 자사주 매입 및 고배당 요구, 지나친 경영간섭 등으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폐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미공개 우량 기업들은 상장ㆍ등록을 꺼리고 이미 공개된 기업들조차 상장폐지를 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상장폐지 움직임이 외국자본에 인수된 국내기업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점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국내외 우량 기업들의 공개기피나 상장폐지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증시활성화나 금융시장 발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국내 증시가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상장심사는 꼼꼼히 하되 기업들에 과다한 부담을 주는 것들은 완화ㆍ폐지하는 등 상장제도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