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5일 경제5단체 공동명의로 비정규직 문제를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규정한 것은 최근 노동계의 잇단 ‘비정규직 차별철폐’ 총력투쟁 선언에 대해 정면대응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문제는 오는 6월 노동계의 ‘하투(夏鬪)’를 앞두고 노사 갈등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측 ‘강경대응’ 왜 나왔나=재계가 강경입장을 보인 것은 최근 노동계의 강성기류와 맞물려 있다.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로 고무된 노동계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최근 비정규직 차별철폐, 근로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관철하기 위한 연대투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계는 총파업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최근 금호타이어가 사내 하청근로자 282명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 노동계의 ‘비정규직 차별철폐’ 투쟁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또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최근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킨 것도 재계가 직접 나서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계는 비정규직이 일시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인건비 부담이 3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사 대격돌 예상=노동계가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재계도 이에 정면으로 대응함에 따라 앞으로 노사 양측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비정규직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서 양측은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문제에 대해 사측은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 때문”이라며 노측에 화살을 돌리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의 차별 불감증 탓”이라며 맞서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비정규직 문제는 4월 총선으로 미뤄진 노사간 임단협, 주5일제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노사갈등의 최대 뇌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협의 여지는 있다=노사 모두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결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양측이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원만한 타협점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타협을 위해서는 재계가 성명에서 밝힌 대로 불법파견이나 위장도급 등을 스스로 시정하고 정규직 근로자들도 비정규직에 대한 혜택을 위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