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외환보유액 쌓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외환보유액이 급증하면서 적정보유액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1,926억달러로 연말 2,000억달러 돌파가 확실시 된다. 보유액은 올 들어서만 372억여달러, 지난달 한달에만 142억달러 늘어났는데 이는 연간ㆍ월간 기준으로 1998년 이후 기록이다. 이 같은 증가는 수출급증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것이다. 보유액 자체만 볼 때 7년 전 달러가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사정이 크게 어렵지만 그 때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며 있다 해도 능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위기론’을 강력 반박하면서 보유외환을 그 근거의 하나로 꼽았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 급증에 따른 문제점도 만만찮으며 이것이 논란을 불러온 배경 중의 하나다. 우선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에서 비롯된 데 따른 부담이 크다. 달러를 사들이다 보면 통화가 많이 풀리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는데 이자부담이 가볍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말 통안증권 발행잔액이 136조여원에 이르고 이에 따른 연간 이자가 5조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또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도 만만찮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화 하락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른 우리의 환율시장 개입도 강도의 문제일 뿐 불가피한 일이어서 이런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외환보유액 적정수준이 얼마여야 하며 과다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정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또 보는 시각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칙적인 이야기지만 외환보유의 목적과 그 돈의 본래 용도에 충실하면서 보유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보유액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보다는 국제외환시장의 동향과 경제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탄력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