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SH공사에 따르면 이종수 사장은 지난 21일 서울시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퇴임식도 없이 26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의 무리한 채무감축 요구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지 1년 6개월 만에 다시 사장직을 내놓은 것.
당시 이 사장은 연내 SH공사 부채규모를 12조1,000억원대로 줄이겠다고 보고했지만 시는 9조9,000억원대까지 줄일 것을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박원순 시장이 이 사장의 사퇴를 반려하고 SH공사의 경영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임기 7개월을 앞두고 이 사장의 마음이 다시 돌아선 것이다.
이 사장이 두 번째 사표를 낸 것은 서울시와 SH공사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기업에 대한 서울시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지시가 다시 갈등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가 SH공사 내부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임원급뿐만 아니라 일반직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쌓여 있다는 설명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공백이 발생한 기획경영본부장에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SH공사 노조가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며 "각종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쥐고 있다 보니 사장이든 본부장이든 권한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SH공사 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고 이 사장의 사표 제출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 임원을 서울시가 정하려 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고 특정 인사를 영입하려 한다는 것도 소문에 불과하다"며 "인사과에서 이 사장의 사표를 접수한 후 수리 여부는 박 시장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