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과 함께 노후건강보장은 국가 복지 체계의 커다란 두 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공공 건강보험은 모든 국민이 접근 가능하고 암ㆍ심장질환 등 4대 중증질환으로 보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공적보험 체계를 이룩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지난 5년간 노인 의료비가 3배로 급증하는 등 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건강보험의 납부자 저변 확대를 통해 재정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현 건강보험 체계에서는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충분한 소득이 있는 노인들이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소득 기반 중심의 건강보험료 징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어야만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는 등 중상위 노인층 200만명이 소득이 있어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재난적 의료비를 짊어져야 하는 가구에 대한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재난적 의료비란 가처분소득의 40% 이상을 가족의 의료비 등으로 써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박은철 연세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 재난적 의료비 가구 비율이 평균 0.5%인 데 반해 우리는 2008년에 이미 3.5%까지 늘어났다"며 "정부가 질병 중심의 보장이 아니라 이들 재난적 의료비 가구에 대한 적극적인 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고소득층은 공공 건강보험보장에서 배제하고 남는 재원을 가지고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공공 건강보험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전 국민의 건강보장 확대에 나서되 민간 보험사와 의료서비스의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복지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영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수출ㆍ대기업 중심의 비정상적 경제성장에서 탈피하기 위해 의료ㆍ보험 시장 활성화를 통해 내수ㆍ서비스 시장을 진작시켜야 한다"며 "민간 서비스 시장 성장을 통한 복지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영화' 하면 막연히 갖게 되는 거부감을 떨쳐버리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분명한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문제가 있으면 그때그때 땜질하는 식의 공공복지가 계속된다"고 밝혔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장은 "공공보험의 지속적 확대라는 틀 안에서 민영보험이 해외 환자 유치, 건강관리서비스 등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통해 서비스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