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로 같은 웹사이트


차라리 '사랑의 미로'라면 달게 헤맬 것이다. 한 통신사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요금 조회나 서비스 변경ㆍ이전, 해지 신청 등은 굳이 고객센터 상담원을 찾지 않아도 어지간한 기업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해결이 가능하다. 고객센터에 전화했을 때 걸리는 대기시간 등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정작 웹사이트가 더 복잡한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로그인한 상태에서 서비스 이전 신청을 하는데도 수차례 본인 인증을 거듭해야 경우, 약정 상품을 중도 해지할 경우의 위약금 액수를 알려주는 메뉴가 꼭꼭 숨은 경우, 필요한 메뉴를 찾을 수 없어서 '자주 묻는 질문'을 들여다봐도 실제로는 엉뚱한 위치에 해당 메뉴 버튼이 있는 경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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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서비스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점수를 주기가 힘들다. 일례로 가입한 지 1~2년이 지나 서비스 구성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인터넷이나 TV 상품을 조회할 때, 정작 자신이 가입한 상품 구성은 가입 상품 조회 메뉴가 아닌 신규 상품 가입 신청 메뉴에서나 확인할 수 있다. 가입 상품명에 조회 버튼 하나만 붙여놓으면 될 일인데도 말이다. 이 과정에서 미로를 헤매는 가입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은 잠시만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웹사이트의 미로'를 20분, 30분씩 헤매다 보면 과연 누구를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인지 의문이 들곤 한다.

애플 아이팟ㆍ아이폰은 직관적인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으로 전 세계에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몸담은 이들이라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애플의 장점을 배우겠다며 너도나도 UIㆍUX 인력 육성과 확충을 외치기 시작한 게 벌써 수년째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고객 서비스 웹사이트에서부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IT 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기업을 위한 이야기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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