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아비규환’이다. 베어스턴스 파산 충격, 엔캐리 자금 청산, 외국인 주식매도 등 악재란 악재는 모두 쏟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원화강세를 예상하고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헤지에 나섰던 투신권 해외펀드가 환율급등과 주가급락으로 손실을 입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마진콜성 달러매수에 나선 점이 환율폭등에 직격탄이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수십조원의 해외펀드 환헤지를 위해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서며 환율급락의 주범이 됐던 투신권이 이제는 정반대로 대규모 선물환 매수를 통해 환율폭등을 주도하는 ‘시장 교란범’이 돼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환율 폭등은 베어스턴스의 파산으로 국내에 유입된 엔캐리 자금이 급속하게 청산됐고 외국인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식을 6,400억원이나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안전자산 선호의 일환으로 역외 투기세력의 대규모 달러 매집도 한 몫을 했다.
특히 27억달러에 달하는 투신권의 해외펀드 환헤지용 매수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투신권이 중국 등 해외증시 급락에 따른 해외펀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손절매성으로 환헤지(선물환 매도)를 풀고 선물환 매수에 나섰다”며 “원화강세를 예상하고 환헤지에 나섰던 투신권이 환율급등으로 마진콜을 당한 셈이어서 당분간 투신권 달러 사자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투신권은 지난 14일에도 5억달러 이상 달러선물을 매수했다.
한편 시장 패닉으로 시장참가자의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딜러들은 “하루에 31원이나 폭등하는데 이런 전율적인 장에서 전망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기술적 분석이나 과거 경험 구간을 감안한 1차 저항선은 1,050~1,070원대로 관측된다. 정지영 삼성선물 과장은 “차트상 2005년 989원까지 밀렸던 환율이 1,000원 위로 재반등을 시도했다가 막혔던 레벨이 1,062원이고 피보나치 분석으로도 2002년 고점과 2007년 저점간 하락폭의 조정구간이 1,064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음 지지선은 1,060원 안팎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도 “1,015원이 뚫렸기 때문에 1,050~1,060선을 차기 레벨로 추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지금 장세는 모든 악재가 터지고 시장이 무너져내리는 ‘공포의 장’”이라며 “2004년 정부가 외환방어에 나섰던 구간인 1,140원대는 봐야 진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