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칼럼/1월 7일] 원자바오가 칭다오에 간 까닭은

세계경제의 동반침체로 우울하게 시작된 2009년 새해 첫날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산둥(山東)성 최대 공업도시인 칭다오(靑島)를 찾았다. 검정 점퍼 차림의 원 총리는 중국의 대표적인 가전업체 하이얼(海爾)과 하이신(海信) 등 기업들을 순방하면서 “중국은 경제위기를 능히 극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특히 하이얼 노동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신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지도자들이 믿음을 갖고, 기업가들이 믿음을 갖고, 노동자들이 믿음을 갖고, 국민 모두가 믿음을 갖는 것”이라며 “신뢰는 황금보다 귀하고 돈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가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현재 중국에 닥친 위기상황이 경제의 어려운 실상 못지않게 신뢰의 붕괴로 인해 더욱 증폭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인민일보가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 중국 네티즌들의 절대다수인 97%가 중국의 각급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중국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 심각하다. 많은 중국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지방정부 지도자들이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 성장률을 부풀려 발표하고 경기부양 계획을 과대 공개하는 일이 많아 중국 정부의 경제 관련 통계를 믿을 수 없게 만들고 경제정책의 방향을 오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4조위안의 부양책이 나왔지만 실제로 집행될 금액이 얼마인지, 지방 관료들이 얼마나 빼돌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기관지인 구시(求是) 신년호를 통해 “지방 관료들이 환경을 훼손하며 단기 경제성장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질책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문을 게재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착수했다. 신뢰의 위기로 말하자면 우리도 중국에 비해 덜할 것이 없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4대강 개발을 추진하겠다지만 국민 다수는 대운하 사업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언론관계법 개정에 대해서도 정부가 아무리 언론장악과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강변해도 곧이듣지 않는 이들이 많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이 의심하고 시장에서 그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의견이 다른 목소리도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이해를 구하는 정부 여당의 포용력이 아쉽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력을 한데 모아야 할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신뢰는 황금보다 귀하고 돈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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