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EU FTA 내달 발효된다는데… 유럽산 와인값 얼마나 내릴까

'몬테스알파' FTA후 되레 올라<br>환율·업계 마진정책 등 고려땐 실제 가격 인하폭 크지 않을듯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는 7월 발효되면 많은 유럽산 와인이 싸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 칠레산 와인 가격이 FTA 이후에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른 점을 감안하면 유럽 와인에 대한 애주가들의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1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한ㆍEU FTA를 한 달 앞두고서도 국내 유명 와인업체들은 가격 조정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와인 FTA 이후 오히려 가격 올라=7월부터 한ㆍEU FTA 발효로 와인 수입가격에 붙는 관세 15%는 곧바로 없어진다. 보통 수입와인에는 관세 15%에 주세(30%), 교육세(주세의 10%), 부가세(10%) 등이 추가돼 수입단가의 68% 정도가 세금으로 붙는다. 와인 수입업체가 만약 1만원에 들여온다면 도·소매 마진을 붙이기도 전에 와인 가격은 이미 1만6,800원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수입업체들은 이번에 15% 관세라도 없어지면 7월 이후 새로 수입한 와인 출고가격이 대략 13% 정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시로 변하는 환율과 애주가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수입업체들의 마진폭 키우기가 끼어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몬테스알파' '돈멜초' '쎄냐' 등 국내에도 상당한 애호가층을 거느리고 있는 칠레 와인 가운데 2004년 한·칠레 FTA 이후 8년 동안 국내 판매가격이 내린 와인은 단 한 종류도 없다. 국내 나라셀라(옛 나라식품)가 독점 수입하는 대표 칠레와인 '몬테스알파(까베르네쇼비뇽)'의 경우 2004년부터 매년 관세가 2.5%씩 내려갔지만 한 병 가격 3만8,000원은 2008년까지 변함없이 유지됐으며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 2009년에는 오히려 4만7,000원으로 한번에 24%나 대폭 인상됐다. 이에 대해 수입업체 측은 "그동안 환율이 수시로 바뀌고 FTA 이후에도 서너 차례 수입원가가 5~7%씩 뛰어 2009년 사실상 처음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유럽산도 인하폭은 미미할듯=국내 수입주류 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도 있지만 지나친 마진 얹기가 국내 와인이 비싼 주요 원인이다. 유명 와인비교 사이트 와인서처(Wine-Searcher.com)에 따르면 같은 '몬테스알파 까베르네쇼비뇽'도 국내 가격은 미국 소매점 17달러선(1만8,400원선)과 일본 27달러선(2만9,300원선)에 비해 턱없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칠레 FTA 이후 소비자들은 칠레 와인이 막연히 싸졌다고 판단하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실상 FTA 수혜자는 소비자들이 아닌 해외 와인제조사와 수입사"라고 말했다. 와인업체들은 유럽산 와인 가격 인하의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실제 가격조정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세가 없어지면 이탈리아산 '빌라엠'과 프랑스산 '무똥까데레드'는 현재 4만원에서 각각 3만4,800원으로 내려야 하지만 인하 여부를 밝히는 것조차도 신중하다. 이경희 아영FBC대표는 "관세가 없어진다고 해도 환율과 국제 유류가격 상승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폭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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