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반복되는 멕시코사태/유종근 전북지사(로터리)

올들어 발생한 일련의 부도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이 교란되고 최근에는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9백원선을 돌파하는 등 외환시장이 심각한 시련을 겪고 있다. 연초에 멕시코사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다가 한동안 안심했는데, 이 염려스러운 사태가 지난 수개월 동안 동남아 제국을 휩쓸고 우리나라를 넘보고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이같은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인가.한 나라의 통화가 과대평가되면 무역적자가 누적될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에서 과대평가된 통화로부터 이탈이 시작되어 평가절하가 불가피하게 된다. 가령 멕시코 페소화의 평가절하요인이 발생했다고 하자. 페소의 평가절하를 막기 위해서는 페소가 평가절하되기 전에 팔아버리고 평가절상이 예상되는 달러를 사두려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중앙은행이 달러로 페소를 사들여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달러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페소를 받고 달러를 팔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평가절하의 근본요인이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고정시키는 한 페소로부터의 이탈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중앙은행은 페소의 평가절하를 방지하기 위해서 페소를 계속 사들여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바닥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페소가 평가절하되는 것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막대한 외화만 허비하고 아무런 성과도 못 올린 꼴이 된다. 멕시코와 체코가 그랬고, 동남아 제국이 그랬다. 태국의 중앙은행은 지난 수개월 동안 바트화의 평가절하를 막으려다 성공하지도 못하고 2백34억달러의 외화 빚만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이같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실물경제의 효율성을 높여 경상수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부실 투성이인 금융기관들을 건실화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며, 단기적으로는 특정 수준의 환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변동할 수 있게 놓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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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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