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경영자 최근 8일새 6명 옷벗어<br>GM 웨고너·씨티 팬디트 등도 '좌불안석'<br>"이사회, 희생양 만들어 책임회피" 지적도
| 리처드 L 본드, 윌리엄 왓킨스, 조지 존스 |
|
| 캐럴 바츠 |
|
잘 나가던 최고경영자(CEO) 들이 실적 부진에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 실적이 악화된 원인이 복합적인데도 CEO가 타깃이 된 것은 안팎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최근 8일새 상장기업 최고경영자 6명이 옷을 벗었다. 쇠고기 생산ㆍ수출업체인 타이슨푸드의 리처드 L 본드(사진)와 컴퓨터 저장장치 제조사인 씨게이트의 윌리엄 왓킨스(사진)를 비롯해 보더스 그룹, 오비츠월드와이드, 치코스FAS, 베베스토어 등의 CEO들이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최근 경영부진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실적 저조로 주가가 급락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비난도 거셌다. 씨게이트는 최근 1년간 주가가 80%나 폭락했으며 CEO에 해고를 통보한 것도 모자라 10%감원 계획까지 내놓았다. 보더스의 전 CEO인 조지 존스(사진)는 재임기간 97%나 주가가 빠졌다. 주가가 하락하기는 타이슨푸드 등도 마찬가지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좌불안석인 CEO들도 많다는 게 채용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웨고너,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조나선 슈워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케네스 루이스 회장 등은 이사회의 변함없는 신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이 주목하는 교체 대상 단골메뉴다.
해고 바람은 미국 밖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광산개발업체인 리오틴토는 알루미늄사업부의 딕 에반스 사장이 오는 4월 퇴진할 것이라고 밝혔고 노르웨이의 전력업체인 노르스크하이드로 역시 오는 3월 사장교체 소식을 발표했다.
전직 최고경영자를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던 수석 부사장들은 CEO교체가 곧 자신들에 대한 해고통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만큼 공포감이 극에 달해 있다. 헤드헌팅업체 대표인 피터 크리스트는 "30년 만에 겪는 가장 냉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 CEO들은 파리목숨이나 다름 없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더크 젠터 교수는"1993년~2001년 사이에 바뀐 1,627명의 CEO를 분석한 결과 경기 침체기에는 호황기보다 2배 이상 교체가 많았다"면서 "특히 주주 배당금이 줄어들 경우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우량 회사로 구성된 S&P500 종목 중 사령탑이 바뀐 곳은 지난해 61 개로 2007년(26 개)보다 늘었다. 올해에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델라웨어 경영대학원의 찰스 엘슨 소장은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투자자들은 리더가 책임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 때는 CEO를 교체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공동 책임을 진 이사회가 CEO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GM의 부회장을 지낸 해리 피어스 노텔네트웍스 회장은 "위기상황은 CEO를 바꾸기에 가장 좋지 않은 시기"라면서 "신임 CEO는 업무를 파악하기 이전에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야후 새 CEO에 바츠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야후가 제리양 후임으로 캐럴 바츠(60) 전 오토데스크 회장을 CEO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바츠는 썬마이크로시스템스와 3M 등을 거쳐 지난 92년부터 2006년까지 오토데스크의 CEO를 지낸 정보기술(IT) 업계 전문 경영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