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 증시의 불확실성(송현칼럼)

주식시장에 관한 두개의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하나는 증시를 극소수의 내부거래자가 투기꾼들의 돈을 빼앗는 카지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다른 견해는 증시가 저축을 최상의 투자대상에게 공급하는 중요한 기관이라고 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신은 첫째날에 자본주의를 창조하고 둘째날에 증시를 만들었다. 대영제국은 런던증권거래소로 19세기를 지배했고 미국은 월가의 증권거래소가 탁월했던 덕분에 20세기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견해는 모두 틀렸다. 미국이나 한국의 경우에 맞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그 중간이다. 효율적인 주식 및 채권 공개시장은 은행시스템을 보완,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볼 때 경제성장이 증권거래소의 발전을 앞선 적이 많았다. 나는 증시발전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는 중국당국자에게 그런 점을 지적했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의 주가는 뉴욕의 투자가들에게 적지않은 이익을 거두게 했다. 그러나 96년 러시아 경제는 좋지 않았던 반면 중국은 두자릿수 성장을 구가했다. 두 나라 모두 증시는 핵심변수가 되지 못했다. 증시가 대단히 중요하다면 한국은 현재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태국과 한국 주가는 세계적으로 가장 저조하다. 지난 수년간 서울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상당수 국제투자가들은 한국주식을 일본주식과 같이 분류했다가 유망하지 못한 투자로 절하하고 있다. 한국은 악평을 받아야 되나.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견하는 마술사가 돼야 한다. 우선 한국은 민주주의가 아직 안정되어 있지 않다. 정계·관계·재계의 부정부패는 한국에서는 다반사다. 새로운 사건이 터질 경우 외국의 신뢰는 흔들린다. 대만증시가 급성장한 반면 서울증시는 쇠약해졌다. 둘째, 재벌집중 경제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14위 재벌그룹인 한보철강의 부도는 전형적인 예다. 거대재벌이 지급불능에 빠졌기에 스캔들이라는 것은 아니다. 외국투자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부실기업에 맹목적으로 대출해준 한국은행들의 무모하고 무능한 태도다. 한보가 천문학적인 부채를 갚을 전망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위험관리 능력이 이처럼 형편없다면 한국은행들의 실제 위상은 얼마나 나쁜 것일까. 정부가 통제하는 재벌 중심 경제는 일시적으로는 효과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그러나 부패와 비효율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는 규제완화 과정의 고통이다. 분별력 있는 한국인은 이 사실을 이해한다. 한국기업인들이 해외투자를 선호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못된다. 중국의 신흥 부호들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스위스에 송금하지 못한 자금을 미국국채 구입에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클린턴정부와 그린스펀의 연준리(FRB)는 안정성장, 강한 달러 및 인플레 억제를 구가하고 있다. 모든 잘못이 한국의 부자들과 정치제도 탓만은 아니다. 학생들과 근로자들은 거리로 나서기 쉽다. 강성노조는 정부의 강경진압을 부른다. 모두 패배하는 게임이다. 근면하고 교육수준이 높고 유능한 국민들을 가진 한국사회의 앞날은 매우 밝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을 되찾는 것이다. 두자릿수 성장률이 수년간 절반으로 줄어들면 역전의 계기는 충분히 마련될 수 있다. 한국의 임금상승률은 지난 수년간 성장률을 훨씬 웃돌았다. 이제 무리한 인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사회와 근로자 모두에게 유익한 것이다. 승리는 단거리선수가 아닌 장거리선수의 것이다.<폴 A 새뮤얼슨·미 MIT대 교수·노벨 경제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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