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의 사회적 책임을 담은 국제표준인 'ISO26000'이 지난 1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입 취지는 말 그대로 공통된 규범을 만들어 이를 지키고 준수하자는 것. 위반시 제제조치 등은 없지만 'ISO26000'의 경우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표준 제정을 위해 실시한 국제투표에서 미국 정부가 반대하고, 독일ㆍ오스트리아 정부가 기권한 것만 놓고 봐도 이 제도가 표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정된 'ISO26000'은 총 7개 분야로 나눠져 있다. 조직ㆍ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영, 소비자 이슈, 지역사회 참여 등이 대상이다. 독으로 작용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예로 무노조가 'ISO26000'에 위배되는지 여부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 신세계ㆍLG상사 등 60여개가 무노조 사업장이다.
'ISO26000'을 보면 노조 설립을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보장이 '노동 항목'이 아닌 '인권 항목'에 포함돼 있다. 노동계는 결사의 자유가 들어간 만큼 무노조가 국제표준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학자들은 노동이 아닌 인권 항목에 들어가 있어 무노조가 표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통일된 시각도 없다.
'ISO26000'이 국내 기업을 향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 적지 않은 여론이 특정 기업을 거론하는 등 우리 기업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작 중요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기업에 변신을 요구하는 것 못지 않게 'ISO26000' 아래서 국내 기업을 보호하고 이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없는 것이다. 발 빠른 외국 기업과 정부들은 이미 'ISO26000'을 자국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데도 말이다.
'ISO26000'은 국내 기업의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변수다. 규범을 표준으로 담은 한계상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논의가 한쪽으로만 흐르고 있다는 것은 경계해야 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