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품질 불신에 알뜰주유소 반감만 키울수도

■ 중국산 휘발유 알뜰주유소에 공급<br>정유업계 판도 변수 불구 국내 환경기준 못맞출땐 정책 당국자 비난 역풍<br>알뜰 주유소 반년 물량 가격안정엔 영향력 클 듯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중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는 특약 처방을 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 거대 석유공룡인 페트로차이나의 국내 휘발유 시장 진출이 정유업계 전체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시각도 없지는 않지만 중국산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 여론이 뿌리 깊어 오히려 알뜰주유소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중국 석유회사가 까다로운 우리 환경기준을 제대로 맞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조금이라도 환경에 위반되는 사항이 적발될 경우 이번 정책을 수행한 정부 당국자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시장은 지난 2006년부터 수입물량이 '제로(0)'였다. 외국산 휘발유는 2002년 연 400만배럴까지 도입되며 최고조에 달했으나 이후 국내 환경기준 강화 등에 밀려 2005년 7만8,000배럴을 마지막으로 수입이 끊긴 상태다

정부는 휘발유 수입의 핵심 변수인 환경기준과 관련해 수출 업체가 우리의 환경기준에 맞춰 휘발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환경기준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기준을 따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반면 중국 휘발유 환경기준은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은 수준. 대표적으로 황 함량의 경우 중국은 50ppm 이하, 우리는 10ppm 이하여야 하다. 벤젠 함량도 우리는 0.7% 이하, 중국은 1% 이하다. 결국 우리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중국 페트로차이나가 석유를 수출용으로 따로 정제해야 한다.

관련기사



중국 페트로차이나가 이 같은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휘발유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타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페트로차이나는 하루 석유생산량이 240만배럴에 달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로 그동안 중국 내 석유개발과 공급에 주력해왔으나 최근 세계 각국에서 석유 자원을 확보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4사는 결국 그동안 독과점 하던 국내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휘발유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는 일단 휘발유나 전력 같은 에너지 자원은 일정 품질기준만 통과하면 국적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휘발유 품질이 현재 우리의 환경기준보다도 좋고 소비자들이 휘발유 품질에 상당히 민감한 것을 감안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여론도 높아질 수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어떤 휘발유를 들여올지 모르지만 품질만 놓고 보면 국내산보다 절대 나을 수 없다"며 "중국이 그 정도 정제기술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에 중국 페트로차이나를 통해 들여오기로 한 물량은 총 10만배럴. 이달 안에 석유공사가 또 다시 10만배럴에 대한 입찰을 실시하면 총 20만배럴의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국내 휘발유시장 월 소비량(580만배럴)의 3~4%에 불과한 미미한 물량이지만 알뜰주유소에만 전용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알뜰주유소 휘발유 가격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현재 국내 알뜰주유소에서 한 달에 소비되는 물량은 3만~4만배럴 수준. 20만배럴이면 알뜰주유소에는 적어도 반년간은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

정부는 중국산 휘발유를 계속해서 수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아직까지 말을 아끼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입이 가능할 경우 수입 물량을 확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번에 일회성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