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금고'파문…
원단시장 한파 덮쳐
자금난으로 수금률 20~30%대로 떨어져
MCI코리아의 진승현씨의 열린금고 금융비리 사건의 여파로 예금이 묶여 있는 당사자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5일 동대문 원단시장의 상인들에 따르면 밀리오레를 비롯한 동대문 상인들이 최근 '열린금고 사태'로 인한 예금인출의 어려움을 이유로 수금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동대문 종합 상가 등 원단시장 상인들의 자금사정 마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는 제품을 미리 인수 받은 뒤 15일에서 한 달 뒤에나 대금을 결제하는 동대문 시장의 관습 때문에 열린금고사태의 여파가 뒤늦게 번지고 있는 것.
특히 열린금고가 위치한 동대문 시장의 경우 기획, 원단, 생산 등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산업 집적지의 성격이 강해 열린금고로 인한 피해 상인들이 대금 결제를 계속 미룰 경우 이 같은 연쇄부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동대문에서 원단을 취급하는 한 상인은 "열린금고에 돈이 묶여있는 상인들의 경우 수금율이 제로인 상황"이라며 "심지어 관련이 없는 상인들마저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지불을 한달 뒤로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대부분의 상인들이 이번 달 15일까지 대금을 연기한 상태지만 그때까지도 별다른 대책이 없을 것으로 보여 수금율은 고작해야 20~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원단을 취급하는 점포들의 급격한 증가로 포화상태에 이른 원단시장은 마진폭이 예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극심한 매출부진을 겪는 곳이 많아 엎친 데 덮친 꼴이 됐다.
동대문 종합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자체 생산능력이 있는 몇몇 점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인들은 오히려 봉급 생활만도 못한 경우가 많다"며 "중간 상인들끼리 마진폭을 앞 다퉈 줄이는 등 경쟁이 심해진 탓"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한편 열린금고 피해상인대표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는 금감원이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사실을 세 차례나 알고도 눈감아주었으며, 진승현씨가 잠적한 이후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늘어났다고 주장하며 금융기관 감독 기관인 금융감독원에 대해 직무태만을 이유로 집단 소송을 낸 상태다.
윤혜경기자
입력시간 2000/12/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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