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日·EU 동반불황…오일쇼크이후 처음

견인차 없어 더 심각'미국과 유럽ㆍ일본 등 세계 경제 3대축이 동시에 슬럼프에 빠진 것은 지난 73년 오일 쇼크 이후 처음.' 미 뉴욕타임스의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이 같은 말이 나올 만큼 세계 경제는 지금 빠른 속도로 침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문가들이 특히 우려하는 점은 세 경제권의 동시 침체로 한 쪽이 다른 쪽을 도와주는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세계 경제를 지구촌 경제의 단일화가 이뤄진 후 겪는 '초유의 글로벌리제이션 불황'으로 규정한다. 20일에는 특히 독일과 영국ㆍ일본 등에서 경기가 더욱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경제 지표들이 속속 발표돼 이 같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미국 1년 가까이 지속되는 미국의 경기둔화가 성장의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정부는 감세(減稅)를 단행했으나 저성장은 장기화하고 있다. 소비와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질 경우 '경기 침체(recession)'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 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정책을 결정했고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했으나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은 최근 어두운 전망의 경제 기사를 연일 싣고 있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수면 위에 띄워놓은 것은 왕성한 소비였다. 그렇지만 정보기술(IT) 산업의 붕괴로 시작된 제조업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든든하게 버텼던 미국인들의 소비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인다. 특히 금리가 떨어지면 유동성이 풀려나와 주가가 올라야 함에도 뉴욕 증시는 거꾸로 가고 있다. 98년 금융위기 때는 금리인하로 시장을 안정시켰지만 지금은 제조업에서 발생한 성장 둔화기 때문에 금리인하의 약발이 제대로 먹히질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지에 따르면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블루칩의 주가수익률(PER)은 현재 23인데 이는 90년대 평균인 18보다 높다.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들의 경영실적에 악재가 지속되는 한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USA투데이는 뉴욕 증시가 11년째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닛케이 지수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문은 금리인하가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한 점에서 미국 증시가 일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유럽 및 일본 유로화권의 산업생산이 6월 중 의외의 증가세를 보였음에도 2분기 연속 감소함으로써 침체국면에 빠져들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는 20일 6월 중 유로권의 산업생산이 0.6%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2분기 전체로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며 따라서 2분기 연속 산업생산 감소라는 침체 국면의 공식적 정의를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EU 경제권을 가장 충격 속에 몰아넣고 있는 국가는 EU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 그래도 미국 경기의 급락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견해가 단지 희망사항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독일연방중앙은행(분데스방크)은 20일 독일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거의 제로 상태로 경기 침체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경우도 통계청이 20일 6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국내 소비지출확대와 수출감소가 겹치면서 월별 무역수지 적자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 역시 경기 급랭세를 반영했다. 한편 이미 공식적인 경기 침체기를 맞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정부가 온갖 묘책을 찾고 있음에도 불구, 도쿄 시장의 닛케이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 증시 일각에서 9월 위기설이 팽배해 있다고 20일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은행권이 9월 중간결산부터 도입되는 시가(時價)회계를 앞두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보유주식을 내다팔며 주가폭락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주가하락→은행권의 보유주식 손익악화→자기자본비율 저하→보유주식 매각의 악순환이 그치지 않고 있다. 시장의 관계자들은 미국 나스닥의 약세와 엔고(高)가 겹쳐 발생하고 있는 닛케이의 붕괴현상이 최소 오는 9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들 사이에는 "적절한 처방이 조속히 나오지 않으면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개혁도 간판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속출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홍현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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