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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1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경품추첨권을 주는데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만 경품 응모를 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 때문이었다. 홈페이지에서 정보가 보험사 등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한 뒤 경품 응모를 포기했다. 김씨는 "마치 엄청난 경품을 줄 것처럼 홍보하지만 실상은 개인정보를 팔아 경품을 마련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모든 국민의 신상정보를 무차별 수집하고 있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온라인 유통업체는 물론 주요 대기업과 금융회사, 심지어 피자 가게와 PC방까지 불필요할 만큼의 개인정보를 모으고 있다.
수시로 불거지는 정보 유출의 규모는 이에 비례해 커졌다. 공공연히 떠돌아다니는 개인정보 탓에 국민 대다수는 전화마케팅·스팸문자·피싱에 노출된다.
G마켓과 옥션은 신규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를 가입 필수항목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옥션은 지난 2008년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된 후에도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알려줘야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해놓았다. 두 업체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한다. 인터파크는 휴대폰번호는 요구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선택항목으로 둬 G마켓·옥션과 대비됐다.
가입자가 연인원 4,800만명에 이르는 3대 소셜커머스업체를 비롯해 다른 유통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가입자가 2,200만명으로 가장 많은 쿠팡은 회원에 가입할 때 성명·성별·휴대폰번호만 요구하지만 상품을 사려면 주민등록번호를 대야 한다.
기업들은 경품 제공이나 할인혜택을 미끼로 더 상세하고 은밀한 정보를 요구하면서 마케팅 기법이라고 둘러댄다.
계열사인 롯데카드가 2,600만명의 정보를 유출한 '유통의 제왕' 롯데그룹은 롯데닷컴에서 성명·휴대폰번호·생년월일·성별·주소·자택전화번호를 묻는다. 그러면서 '기념일에 혜택을 주겠다'며 직업, 차량 소유 여부, 결혼 여부, 결혼기념일을 알려주도록 유도한다. 롯데닷컴에 가입하려면 롯데백화점·엘롯데·롯데아이몰·롯데인터넷면세점·롯데슈퍼·롯데마트 등 25개 '패밀리 사이트'에 함께 가입해야 한다.
주거형태, 직장 내 직위, 결혼기념일 따위의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요구하는 행태는 다른 대기업이나 금융사도 마찬가지다. 교보생명을 비롯한 주요 보험사들은 직업, 직장명, 결혼 여부를 '개인식별정보'로 요구한다. 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사는 주거유형(자택·전월세 등), 주거형태(아파트·단독주택 등), 직장 부서명, 직위, 자녀 유무, 자녀 생일까지 수집한다. 심지어 피자·통닭을 인터넷으로 주문할 때(도미노·파파존스·BBQ 등), 와이파이를 쓸 때(스타벅스 등), PC방 회원 가입 때도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
닥치는 대로 수집한 정보는 수시로 유출된다. 1,000만건이 넘는 초대형 유출도 옥션·GS칼텍스(2008년), 싸이월드·넥슨(2011년), 카드 3사(2013년) 등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유출된 정보는 건당 수십~수백원에 암거래돼 개인정보를 영업에 활용하는 대리운전, 결혼정보업체, 보험설계사, 대출모집인, 도박·음란사이트에 넘어간다. 결국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과 허술한 관리는 불특정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 수시로 날아오는 스팸문자메시지나 상품 권유 전화는 물론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