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판매한 지수연동예금(ELD) 가운데 상당수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금리를 연 0~5%로 확정하는 ‘녹아욱(knock-out)’ 규정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은행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한 ELD 가운데 상당수가 녹아웃 규정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실현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녹아웃 규정을 갖고 있어 지수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져 최고 연 10%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일정수준 이상 오르면 연 0~5%로 금리가 고정된다.
신한은행이 올 들어 수익률을 확정한 ELD 상품 13개 가운데 녹아웃으로 수익률이 결정된 상품은 7개에 이른다. 만기 시점에 수익률이 결정되는 경우보다는 녹아웃으로 수익이 조기 확정된 사례가 더 많았던 셈이다.
지난해 11월 가장 많이 팔렸던 ‘PGA 코스피200 상승형 6-1호’는 코스피200 지수가 20%를 초과해 급등하면서 지난달 1일 수익이 연 5.0%로 일찌감치 고정됐다.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PGA 코스피200 상승형 6-4호’도 녹아웃 기준을 ‘기준지수 대비 30% 이상’으로 여유 있게 설정했지만 이달 들어 주가그 큰 폭으로 오르는 바람에 수익률이 연 3%로 확정됐다. 올해 출시한 상품들도 2~3개월만에 연 5.0%로 수익이 확정됐고, 상당수 상품들이 녹아웃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이-챔프(E-Champ)’ 상품들도 올해 수익률이 결정된 38개 가운데 16개가 녹아웃 규정에 걸렸다.
닛케이225 등 일본 주가지수에 연계된 상품들은 대부분 만기까지 버티며 최고 10%대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코스피에 연동된 상품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수익을 조기에 확정했다. 그나마 연 6% 정도의 확정금리를 보장한 정기예금과 함께 판매한 덕분에 평균 수익률은 연 5.5% 또는 6%에 달했다.
국민은행의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6-8호’와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6-10호’는 지난 5월 아예 0%로 수익률이 결정됐다. 최고 연 18%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코스피200 지수가 30% 이상 올라 녹아웃 대상이 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주가급등으로 갑자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조기 확정되다 보니 고객들 불만이 적지 않다”며 “지금은 녹아웃 구조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