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반어·풍자로 가득한 독서비평서

■ 리딩(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알마 펴냄)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한 호불호를 따지는 것은 더 어렵다. 하지만 창작이 중요한 것처럼 그에 대한 비평도 역시 중요하다. 좋은 비평은 좋은 원작을 만드는 것과 함께 독자의 지적 능력도 키워준다.


미국의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1949~2011)가 쓴 독서비평서 '리딩'이 출판됐다. 이 책은 그의 에세이 선집인 '알규어블리(ARGUABLY)'를 분권한 첫째 권인 '논쟁'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6개 챕터로 구성된 원서 중 38개의 서평을 모은 2개 챕터가 '리딩'에 담겨있다. 앞서'논쟁'은 올해 초 국내에 번역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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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가 읽은 도서 내용을 단순히 요약한 것도, 자신의 생각에만 집중한 독서일기도 아니다. 히친스는 책으로부터 성찰할 만한 주제를 뽑아내 독자에게 제시한다. 뛰어난 비평가이자 논쟁가였던 히친스가 펼치는 반어와 모순, 풍자적 요소로 꾸며진 일화는 독자를 유쾌하게 한다. '리딩'에 실린 것 중에서 가장 빠른 시기의 것이 1999년에 쓰였음에서도 불구하고 낡거나 진부한 느낌이 묻어나지 않는 이유다.

히친스는 진부한 칭찬만 늘어놓는 '주례사 비평'을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나오는 많은 비평과 다른 점이다. 중요한 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얼버무리고 심지어는 되레 '긍정의 힘'을 난데없이 발휘하는 것은 성실한 독자를 허탈하게 한다. 비평문화의 쇠퇴와 출판물의 질 저하라는 악순환 고리의 시작이다.

히친스의 위선에 대한 예리한 조롱이 한국의 전반적인 무기력한 비평문화에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가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2만2,0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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