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국내 드론 제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앞선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현실을 외면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는 지난 16일 각 부처가 드론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서울경제신문 기사 '드론전쟁, 세계는 날고 한국은 기고'에 대해 "드론 제도는 한국이 미국보다도 앞섰다"고 해명자료를 내며 이같이 반박했다.
국토부는 자료에서 전날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25㎏ 이하 드론의 상업적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들며 우리는 2012년에 이미 150㎏ 이하 무인기를 촬영, 농약 살포 등 상업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항공법을 개정했다는 게 요지였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 같은 수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토부가 미국과 한국의 규제시스템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감췄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무인항공기와 관련한 규제 체계는 일단 뭐든 할 수 있게 열어둔 뒤 '안 되는 것만' 사후 규제하는 네거티브시스템이다.
반면 한국은 기본적으로 무엇도 할 수 없게 한 뒤 나중에 '되는 것만' 하나씩 풀어주는 포지티브시스템이다. 위험성을 배제하고 볼 때 드론과 같은 융합 신산업이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네거티브시스템이 아무래도 유리한 게 당연하다. 이런 중요한 설명은 일부러 뺀 채 "우리는 공격적으로 제도 개선을 했고 미국은 이제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15일 미국이 제시한 드론 기준 제안서는 아직 도입도 안 된 내용인데 이미 출발부터 제도화된 한국 항공법 규제와 1대1 비교를 한 것도 잘못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의 무인기 규제는 적어도 6개월~1년 이상의 의견 수렴기간을 거쳐야 한다. 특히 거대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최종적으로 어떻게 합의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한국보다 드론 제도가 뒤떨어졌다는 나라에서 아마존·구글 등 세계적으로 날고 기는 기업이 도박하는 심정으로 드론 사업을 준비할 수는 없다. 한국은 제도 정비가 앞선 게 아닌 규제가 앞선 셈이다.
여기에 안전성 검사 항목에서 한국은 매년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전성 검사를 받아야 하고 미국의 제안서에는 운영자 자가검사만 거치면 된다고 비교한 것은 국토부 스스로 한국 규제의 불합리성을 드러낸 꼴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매년 받는 한국식 안전성 검사는 국내 업체들이 현 드론 규제 가운데 가장 불편해하는 분야 중 하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드론사업이 제대로 육성되려면 적어도 논의 대상이 미국처럼 무게 25㎏ 이하 수준까지는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드론 활용도를 감안해 네거티브시스템을 통한 창의성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껏 드론과 관련한 사업가·전문가 가운데 한국의 제도가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뛰어나다는 의견은 국토부 관계자에게서 처음 들었다"며 "지금까지 국토부가 부분적인 제도 개선 노력을 한 것은 있지만 전반적인 행보에는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이 먼저 움직인 모습을 본 뒤 이를 뒤따라가겠다는 보수적인 입장이 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