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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10일,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이 한창인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다. 전국이 매서운 추위에 꽁꽁 얼어붙었지만 야드에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직원들로 인해 활기가 넘쳤다. 옥포 앞바다를 삼면의 산이 둘러싸고 있는 이곳은 연평균기온 13도, 1월 평균기온이 4도 정도로 한 겨울에도 조업에 큰 어려움이 없는 곳이다.
먼저 찾은 G안벽에서는 엑손 모빌로부터 수주한 반잠수식 원유 시추선이 제작되고 있다. 프로젝트명 '아쿠툰다기(Arkutun-Dagi)'로 불리는 해양플랜트이며 길이 105미터에 높이 21미터, 폭 70미터로 총 무게 4만5,000톤 규모를 자랑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위용을 자랑한다. 대우조선은 핵심 설비인 상부(Top-side) 부분을 만들고 있다.
현재는 하루 약 500명이 투입되고 있으며, 공정 과정 중에 최대 2,000명 이상이 투입되기도 했다. 일반 상선 건조에 200여명이 참여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 10배가 넘는 규모다. 공정률은 96% 정도로, 오는 5월 하순경에 인도될 예정이다. 러시아 극동지방 사할린 섬 북동쪽 25km 지점에 위치한 아쿠툰다기 필드에 설치돼 2015년부터 생산에 들어가 매일 9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게 된다.
대우조선은 수주 물량은 최근 해양플랜트에 집중되고 있다. 해양부문에서 2012년에 12기를 수주하며 금액으로 104억 달러를 기록해 전 세계 조선업체 최초로 100억 달러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금액은 81억 달러로 20% 정도 줄었지만 수주건수(11기)는 비슷하게 유지해 해양플랜트의 강점을 이어갔다. 이정호 대우조선 경영기획부문 이사는 "일찌감치 해양부문에서의 경쟁력을 키워온 결과"라며 "해양플랜트는 다양한 조건에서 20년 이상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모든 고급 기술이 집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일반 상선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있지만 해양분야에서는 기술 격차가 커 앞으로 상당 기간 국내 조선업계가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이 이사는 "대우조선도 과거에는 선박 분야의 매출이 80%였지만 이제는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며 "올해는 70%까지 해양부문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옥포조선소에는 곳곳에서 다양한 해양구조물이 건조되고 있다. 드릴십 3척을 포함해 반잠수식 시추선, 고정식 플랫폼 등 총 8기의 해양플랜트가 제작 중이다.
일부에서는 수익성을 우려하고있지만 이 점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장비의 국산화율이 떨어지고, 고급 엔지니어링 기술도 부족하다"면서도 "연구개발(R&D)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는 만큼 이익률은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초 미국 휴스턴에 해양플랜트 설계를 전담할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했고, 마곡산업단지에도 차세대 선박개발 및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R&D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대우조선은 앞선 기술력에 고객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도 지난해보다 10% 정도 수주를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