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금융위가 불친절한 속내는

증권부=구경우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은행의 장내 파생상품 직접매매를 허용하고 개인투자자의 시장진입을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파생상품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유동성이 많은 은행이 장내 파생상품시장에 들어오면 시장규모가 30% 커져 모든 투자주체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행동경제학에서 유명한 '전망이론'에 따르면 투자주체는 확정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 만약 한 사람에게 2만원을 준 뒤 승률이 50%인 '홀짝' 게임을 해 이기면 3만원을 더 주고 지면 3만원을 받겠다고 제안한다면 이 사람은 2만원을 지키기 위해 게임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ㆍ선물사가 은행에 이익을 뺏길 수 있는 위험 때문에 파생상품 매매거래를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금융위의 이상과 반대로 오히려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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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적 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도 금융위 생각만큼 줄지 않을 수 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5만원을 주고 이 중 3만원을 뺏은 뒤 홀짝 게임을 해 이기면 3만원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에는 사람들이 뛰어들 수 있다. 3만원을 회복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자유롭게 파생상품시장에 진입해 투기적 거래를 하던 개인은 권리의 일부를 뺏겨도 예탁금을 더 내고 계속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도 예탁금을 높인다고 투기적 거래를 하는 사람이 많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의 예상대로 파생상품시장이 30% 커지면 시장참가자 모두의 이익이 늘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시중은행의 장내 파생상품시장 참가의사와 거래규모가 얼마나 늘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이 한국거래소의 회원사로 등록해 회원비와 거래수수료를 내고 파생거래를 하는 것이 선물사에 위탁을 맡기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근거 역시 비공개였다.

금융위가 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불친절하게 나오는지 시장참가자는 궁금해한다.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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