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Living & Joy] “디자인땐 어떻게 팔 것인지 먼저 생각”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br>가격경쟁 시대 종식 디자인 강화나서야<br>신문도 눈에 띄어야 독자 선택 받을 것


김영세사장은 2003년 INNO브랜드로 태극무늬 테이블웨어, 노트, 스카프등을 출시했다. 이를 접한 세계적인 건축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는 태극 무늬를 2004년 신제품에 라이센싱할 것을 제안했고, 1년 후인 2004년 가을 태극 무늬가 그려진 볼펜, 명함처, 커프 등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 됐다.


[Living & Joy] “디자인땐 어떻게 팔 것인지 먼저 생각”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가격경쟁 시대 종식 디자인 강화나서야신문도 눈에 띄어야 독자 선택 받을 것 우현석 기자 hnskwoo@sed.co.kr 김영세사장은 2003년 INNO브랜드로 태극무늬 테이블웨어, 노트, 스카프등을 출시했다. 이를 접한 세계적인 건축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는 태극 무늬를 2004년 신제품에 라이센싱할 것을 제안했고, 1년 후인 2004년 가을 태극 무늬가 그려진 볼펜, 명함처, 커프 등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출시 됐다. 관련기사 • 디자인과 마케팅을 버무린 사내 -미국 본사에 주로 계시면서 우리나라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들르신다고 들었습니다. 만나려는 사람들도 많고 스케줄이 엄청 빡빡하시더군요. 오시면 언제나 이렇게 바쁘십니까. “네 거의 이런 편입니다”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요즈음은 우리 나라에서도 미술 조기교육 열기가 대단합니다. 김사장님 어린 시절에는 지금 처럼 예능 사교육 열기가 뜨겁지 않았을 텐테 김사장님의 예술적 감수성은 어떻게 형성된 건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교육을 받은 건 없구요. 어렸을 적에는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혼자 공상하는 걸 좋아했고, 암기는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어른들 말씀을 들으면 한눈을 파는 걸 좋아해 초등학교 때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 엄마들의 치맛바람으로 밀어붙이는 미술 교육이 어린아이들의 창의력에 도움이 될거라고 보십니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역기능도 있을 겁니다. 창의력은 주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강제로 예능 교육을 시킨다면 진짜 재능 있는 애들은 거꾸로 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 7살까지는 창의력이 발달하고 그 나이가 넘으면 하향곡선을 그린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줘야지 어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진짜 창의성 있는 애들은 교육에 질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끊더니 어디다 전화를 걸어 시가를 가져오라고 했다. 질문을 던지는 기자와 대답을 하는 김사장 사이에 시가의 연기가 흘렀다. -김사장께서 쓰신 책 이노베이터(Innovator)를 읽어보면 사장님께서는 디자인 솜씨 못지않게 글 솜씨도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책을 직접 탈고하셨나요. “그렇습니다. 처음엔 출판사 도움 작가를 붙였는데 그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두 문체가 섞이질 않는다고 하더군요. 출판사가 ‘당신 혼자 쓰는게 낫겠다’고 하길래 그냥 저 혼자 썼습니다. 저는 디자인은 그리는 것이고 글은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의 글은 중언부언하지 않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웬만한 기자의 글 보다 깔끔했다. 아마도 그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한 재능을 타고난 모양이었다. -이노베이터를 읽어보면 고등학교 시절부터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혹시 이제까지 이 일을 해오시면서 디자인을 안 했더라면 어떤 다른 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어떻게든 디자인을 했을 겁니다” -디자인은 감성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제품을 팔기위한 마케팅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이 뒷받침 돼야 하는 분야입니다. 언뜻 보기에 이 두 분야는 서로 상관이 없는 분야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디자인하는 제품 마다 히트를 치는 김사장께서는 저서 ‘이노베이터’ 에서 디자인을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김사장께서는 이 상반되는 분야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내시는지요. 내놓는 디자인 마다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디자인과 마케팅이 상반되는 분야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야구의 투수와 포수 처럼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인 거지요. 제조업에서 마케팅은 디자인 없이 존재하지 못합니다. 마케팅은 물건을 파는 것이고 디자인은 마케팅을 극대화하는 수단입니다. 나는 디자이너지만 마케터들은 나를 자기들과 똑 같은 마케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고객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소비자에게 내가 디자인 한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부터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서 나와 소비자를 일체화 시키는 거지요. 나는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이고 마케터들은 소비자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 할 때 제품을 어떻게 광고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더군요”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디자인이란 한 방울의 물감이 바다에 떨어지는 것 처럼 미미한 것이 아니라, 향수 한 방울이 방안에 향기를 채우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은 아직 국내 대기업, 그 중에서도 일부 기업들에만 유효합니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에서는 오너나 사장들이 디자인에 참견을 해 제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디자인을 의뢰한 업체의 CEO들이나 디자인 전문가들이 공유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 것은 디자인이 제품의 값어치를 높여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근시안적 서비스 보다는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디자인을 해야 하는 거지요. 의뢰인들이 디자인에 손을 대는 데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디자인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그렇게 되는 측면도 있고요…. 하지만 의뢰인들도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와 의뢰인들 간에 벽이 허물어지면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어 앞날은 밝은 편입니다. 일례로 슬라이딩 방식으로 여닫아 분 가루가 날리지 않는 라네즈 콤팩트는 출시 석달 만에 50만 개나 팔렸습니다. 그것은 태평양의 마케팅과 이노디자인 창의력의 소산입니다. 함께 고민해서 디자인을 히트시킨 사례지요. 서로의 눈높이가 맞은 겁니다” -그러면 오너나 CEO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업에 있는 디자이너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또 디자인에 손을 대는 오너나 CEO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저는 디자인에 손을 대는 그런 오너들과는 일을 하고 싶지 않고,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강연이나 책을 통해서 성공적인 디자인을 기업이 찾아낼 수 있는 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의 이 같은 생각이 빨리 전파돼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인식이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대우를 못 받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스스로의 잘못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예를 들어 휴대폰제조 업체 마케팅 담당자중 한명은 디자이너들은 소비자와의 의사 소통을 너무 경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의뢰인과 디자이너의 관계에서 최악의 경우는 서로에 대해 불신하는 겁니다. 마케팅을 위해서 새로운 밸류(Value)를 창조해 주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그것은 마케팅의 지시에 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 스스로의 발견에 의해서 미래의 값어치를 제공해야 되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미래 사용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여러가지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품의 모양을 약간씩 변형시켜도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히 차별화 한 제품이 아니면 판매하기 힘든 시대가 됐습니다. 경쟁사를 모방해서도 안되고, 소비자의 요구를 찾아내야 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좋은 디자인을 찾는게 어려워 진 겁니다. 그런 식의 전략을 펼치지 않으면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어집니다. 한국은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격경쟁에만 집착하는 레드오션(Red Ocean)에서 빠져 나와 디자인이 지배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기자는 이 대목에서 정말 민망했다. ‘독자에 대한 배려나 마케팅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목소리만 내는 우리 나라의 언론 상황을 혹시 김사장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사장님께서 디자인 한 MP3, 휴대폰 중에서는 대박을 터뜨린 상품이 많습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은 충분히 받으셨습니까. “그런 편입니다. 보상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제일 중요한 건 디자이너의 역할을 평가 받는 거지요. 디자이너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거든요. 좋은 디자이너를 통해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는게 보상이지요. 하지만 그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돈 욕심을 뛰어넘는 디자이너의 열정입니다. 디자인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행복을 주었다는 쾌감은 돈을 버는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디자인 전문 회사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톰 피터스(Tom Peters)는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10년내에 10여명의 인재만 가지고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회사가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저는 이노디자인이 그의 전망에 가장 근접한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몸값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거지요. 제조 이전에 디자인에서 승부가 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는 어떤 사업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십니까. “제 목표는 분명합니다. 후진 양성이지요. 디자인에 관한 한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돼서 후배들에게 표본으로 남고 싶습니다. 히딩크가 박지성을 찾아냈듯이 저도 히딩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의 성공은 미래 디자이너들을 위한 표본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이노디자인을 세운 겁니다. 디자인을 국제화하고 이노디자인을 세계화 해 미국ㆍ한국ㆍ중국을 잇는 컨설팅 에이전시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자 미래 전략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의 첨단기술이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서게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분야가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사장님께서는 국내 일간지의 지면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신문 디자인은 콘텐츠 전달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니까 제품 디자인과 다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어떤 커뮤니케이션에도 필요합니다. 보기 좋은 신문이 많이 팔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도중 한 임원이 김사장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빨리 끝내 줄 것을 요구했고, 묻고 싶은게 남았던 기자는 아쉬움이 남았다. 노트북을 주섬주섬 챙겨놓고 일어서자 김사장이 인터뷰를 했던 음식점의 문 앞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했다. 그의 모습이 다시 피곤해 보였다. 어두워 지는 여의도 도로 위에는 가을이 여러가지 색깔들을 뒤섞어 디자인 한 벚나무 잎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입력시간 : 2005/11/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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