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9월 3일] 권력의 분산 - 美 중간선거로 워싱턴 마비될 수도

오는 11월2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민주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여론조사기관들의 발표에 따르면 공화당은 민주당을 10%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4년 중간선거와 똑같은 형국이 재현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대패했고 이후 빌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와 일해야만 했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 방향도 대폭 수정됐다. 미 여론이 공화당쪽으로 기울면서 대부분의 여론조사전문가들은 하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은 믿어왔던 상원 다수당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적색 경보까지 받는 상태다. 미국 유권자들은 진정 '민주당=행정부, 공화당=의회'라는 분할된 정부를 원하는 것인가. 물론 미국 정치사에서 이 같은 분할 정부가 성공한 사례는 있다. 1994년 중간선거 이후 클린턴 행정부는 공화당이 주축이 된 의회와 일했고 몇몇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와 2010년의 상황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분할 정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도 성향을 찾을 수가 없다. 그가 비록 실용적 관점에 입각해 공화당과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공화당 또한 민주당과의 타협보다는 점점 더 자기노선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만약 이러한 대립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백악관에서 짐을 싸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많은 유권자들은 차라리 민주당과 공화당이 교착상태에 빠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미국은 해결을 미뤄서는 안 될 재정개혁이나 이민법과 같은 중요한 정책사항들이 산적해 있다. 유권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민주당과 그로 인한 반사이득만 챙기려는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대립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최악의 상태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가 향후 미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해야 한다. 만약 예상대로 1994년과는 다른 분할 정부가 들어선다면 향후 2년간 미국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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