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10일] 지방 축제가 나아갈 길

“지방자치단체별로 축제 하나씩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너무 많은 축제가 난립,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축제는 예산 배정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K군청 축제경영팀장) 지난해 16개 시도에서 개최된 지방 축제는 716개(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달한다. 부산에서만 68개 축제가 열렸고 전라도ㆍ경상도에서 각각 91개ㆍ99개의 축제가 개최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이전까지 지방 축제는 전국적으로 75개에 불과했다.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축제라는 명패를 달고 개최되는 행사가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1995년 지자체가 출범한 이후 지역 홍보의 수단으로 축제가 각광을 받으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으며 그 결과 지역 성격과 맞지 않은 축제까지 난립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수백여개의 축제가 난립하다 보니 행사 기간이 겹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아이템으로 몇 개의 축제가 동시에 열리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연출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다 보니 축제 예산보다 모객(募客)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있다는 점이다. P군청 관광과의 한 관계자는 “여행업체를 통해 관람객을 유치하면 교통비는 물론 숙박비와 식비마저 해결해줘야 하는데 이 경우 수천만원은 기본적으로 소요된다”며 “축제 한 번 치르면 군청 재정이 적자로 돌아서지만 관람객 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축제의 존립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모객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축제를 개최하는 지자체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면 거액을 쏟아 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는 함평이 ‘고구마 깡촌 마을’ 이미지에서 벗어나 관광의 요람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0년 전만 해도 재정자립도가 12%에 불과했던 함평은 10년간 누적 관광객 수가 1,000만명을 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개천을 따라 꽃을 심고 이곳에 나비를 날려 친환경 생태체험을 한다는 소박한 아이디어가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길 건너 세탁소가 잘되면 나도 세탁소를 차린다’는 섣부른 모방 심리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소박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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