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수요 산책] 한국인만 모르는 한류 메커니즘

한류, 광복 70년 성취 집약체… 문화를 생산투입 요소로 활용

위기의 한국경제에 새 길 제시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이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국정 방향을 문화융성으로 언급했을 때 필자는 사실 생뚱맞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집권 후반기에는 구체적인 성과에 급급하게 되는데 문화융성으로 단기간 그러한 가시적 성과물을 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최근 한 베스트셀러의 제목을 차용해보면 '대통령만 알고 우리만 모르는' 다른 문화융성이 있는 게 아닐까.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는 산업화·민주화·정보화·세계화라는 전환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저서인 '도전과 응전'의 표현을 빌리면 산업화에 도전해 한강의 기적으로 응전했으며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문턱을 넘었다.

한류는 한국의 광복 70년 동안 성취한 산업화·민주화·정보화·세계화의 집약된 결과로 생성됐다. 한류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와 K팝 인기로 인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축적된 한국의 저력이 발휘된 것이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한류가 보여준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이 다름 아닌 창조경제로 명명됐을 뿐이다. 그리고 문화를 생산투입 요소로 활용하는 것에 핵심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1987년 민주화 항쟁은 창작소재와 표현자유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한류 발생의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 콘텐츠나 콘텐츠가 유통되는 단말기가 정보화의 결과라는 점에서 문화산업은 바로 정보화 그 자체다. 인터넷과 다양한 미디어의 출현으로 정보화는 문화산업의 외연을 엄청나게 확장시켰다. 또 우루과이라운드(UR)와 이후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문화산업 분야를 점진적으로 대외에 개방하면서 경쟁력을 높였다.


한류는 한중일의 동북아 지역으로 한정하더라도 가히 역사적인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근대화 이전에는 중국 문화가 한국에 들어와 다시 일본으로 전파되는 중국(중심부)→한국(반주변부)→일본(주변부)의 흐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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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이후에는 일본과 서구 대중문화가 한국에 전이됐는데 한류로만 한정하면 과거의 중국→한국→일본의 문화흐름 구조를 한국→중국·일본 구조로 역전시켰다. 한류는 우리 문화의 보편성과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최근 조선·철강·자동차·반도체·휴대폰 등 메이드 인 코리아를 대표하는 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문화와 예술로 단련된 인재를 활용할 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통했던 주입식 교육이 '한국산 창작물(created by Korea)'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창의적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문화와 예술이 학교·직장에서 교육활동으로 활용된다면 노동력과 사회적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이 소비재에서 사회적 자본재로 전환될 것이다.

한류는 한국산 창작물로도 세계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화융성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중문화 한류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내는 작업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위해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 불리는 발전모델로는 부족하다. 제조업 1등 상품을 만들어냈듯이 한국산 창작물을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에 흠뻑 젖은 창의적인 인재가 꼭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이라면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이 멀어도 반드시 가야 한다.

정상철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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