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이 제기한 SK㈜의 임시주총 개최요구가 ‘권리남용’으로 기각된 것은 무분별한 해외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시도를 차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주주 권리’가 무한대로 경영권에 간섭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면 기업의 연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무엇보다 투명경영이란 이름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투기자본에 대해 법원이 ‘엘로우 카드’를 보인 셈이다. 특히 1심에서 법원이 소버린의 정관변경 문제제기가 ‘주주의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항고심에서 뒤집은 것은 더 이상 투기자본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 횡포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SK㈜ 관계자는 “임시주총 소집요구 자체가 비상식적인 행동”이었다며 “주주권리의 행사도 기업의 연속성과 가치제고가 전제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법원의 이번 판단이 무분별한 외국자본의 경영권 간섭의 제어장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금승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소유에 관한 외국자본의 무리한 요구가 국내법과 제도에 의해 저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사항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던 외국자본에게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자본의 ‘떼쓰기 식’ 경영권 간섭은 정부의 세무조사와 맞물려 상당 부분 수그러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번 판결은 또 다른 외국자본의 주주권리 소송이나 증권집단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진행중인 대표적인 주주권리 소송은 삼성전자의 우선주 주주인 맨체스터 시큐리티즈 정관삭제 무효소송.
삼성전자 우선주 4만주를 갖고 있는 맨체스터는 지난 20002년 삼성전자 주총에서 ‘우선주의 보통주 자동전환’ 정관조항이 삭제되자 무효소송을 제기해 2심까지 승소해 연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 팀장은 “이번 판결은 기업 경영권도 형행법 테두리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증권집단소송에서도 무리한 주주권리 남용에 대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소버린을 비롯한 외국계 자본이 한국시장을 떠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소버린이 무리하게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가 한국시장을 떠나기 위한 ‘변명’을 찾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