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양극화 심화 안된다"… 가스·통신 민간투자 촉진 등 개혁 예고

中 바오바 정책 포기 선언<br>수출주도 경제론 성장 한계, 내수 위주로 패러다임 전환<br>비대해진 국영銀 수술하고 농민공 사회복지 강화 등 불균형 성장 적극 개선할 듯



5일 중국 정부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바오바(保八ㆍ최소 8% 성장률 유지) 정책을 공식 폐기하고 7%대 성장 목표를 선언한 이면에는 사회 양극화와 불균형 성장 문제를 방치한 채 양적 성장에만 매달릴 경우 그동안 쌓았던 경제과실마저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짙게 깔려 있다.

특히 이번 전인대는 후진타오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제4세대 지도부의 마지막 전체회의로 올 가을 제5세대로의 권력이양을 앞두고 중국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혁ㆍ개방 이후 지난 30여년간 저임금에 기반한 수출 주도 경제 덕분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2개국(G2) 국가로 성장했지만 이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독점 폐해, 도농ㆍ계층간 소득 불균형 등이 커지면서 사회 불안이 도처에서 증폭돼왔다. 여기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경기 침체로 성장 동력이었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양(量)에서 질(質)로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중국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제시했고 실제 10% 안팎의 고속 성장을 구가해왔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4조위안의 재정부양자금을 쏟아붓고 단기 경기부양을 위해 국영기업 위주의 부동산ㆍ철강ㆍ자동차 등 기존 전통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문제와 경기 버블 등 고질적 문제만 더욱 불거졌다.

정권 내부에서도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 분출, 공산당 및 정부 고위관리가 국영기업과 결탁한 부정부패 사건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저임금에 기반한 현재의 수출 주도형 경제로는 더 이상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 향상, 국영기업 독점 타파 등을 통한 균형적 성장이 절박하다는 정책 결정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이날 정부업무보고에서 "경제발전 방식을 서둘러 전환하고 경제 구조의 전략적 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현 시기에 가장 기반한 과업"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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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이에 따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산업 구조를 신에너지 등 고부가 가치와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방위 경제ㆍ사회ㆍ문화 개혁 신호탄=수출과 투자 중심의 전통적 경제 구조에서 고부가 산업,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전방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번 업무보고를 보면 우선 국영기업의 독점과 이에 따른 가격 구조 왜곡, 시장 폐해를 막기 위해 가스ㆍ통신 등 그동안 국영기업의 전유물이었던 시장에 대한 민간 자본의 진출을 촉진할 계획이다. 원 총리는 "민영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자본이 철도, 도시 행정, 금융, 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 보호의 온실 속에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국영은행에도 메스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행 등 국영은행은 정부의 금리 통제 덕분에 앉아서 예대마진을 엄청나게 챙기면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중소기업 등 민간 기업에는 대출을 회피하면서 실물경제 발전에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업무보고에는 금리 시장 자유화 등 금융 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여기다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근로자 소득 제고는 물론 의료ㆍ교육 등 사회보장 체계를 완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하에 특히 농민공에 대한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 예로 도시민과 농민공을 차별해 현대판 신분 차별제로 불리는 호적제도를 개혁, 농민공에게도 의료ㆍ교육 등 복지 혜택을 도시민과 차별 없이 제공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원 총리는 또 최근 핫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지속 여부에 대해서도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엄격하게 규제 정책을 지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주택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착하도록 하고 보장성 주택 프로젝트를 계속해 서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을 막고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영기업 개혁, 근로 소득 향상을 통한 소득 분배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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