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이사회 산하 특별위원회는 현재 기업매각에서 합작투자·제휴 등에 이르는 폭넓은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나온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블랙베리의 진로는 ▦관련업계로의 완전매각 또는 부분매각 ▦부분매각 ▦합작ㆍ기술제휴 ▦사모펀드로의 피인수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블랙베리의 보유자산에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며 부분적 또는 완전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삼성전자·레노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블랙베리의 보안 네트워크 및 운영체제(OS)에 관심을 가진 잠재적 구매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초에도 삼성전자가 구글의 안드로이드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블랙베리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MS와 노키아도 지속적으로 블랙베리 인수의사를 보여왔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자국 기업인 블랙베리를 해외로 넘기지 않을 방침임을 시사한데다 통신·정보보안 기술 유출에 민감한 미국 정부가 ZTE·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블랙베리 인수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IBM 혹은 아마존이 블랙베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기술제휴를 할 가능성도 있다. IT 솔루션 업체로 탈바꿈한 IBM은 블랙베리의 보안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며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인수를 저울질한 바 있다. 스마트폰시장 진입을 원하는 아마존도 단말기 생산기술과 관련해 블랙베리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들이 블랙베리의 기술을 확보하는 대신 자금지원을 약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블랙베리가 상장을 폐지하고 비공개기업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기를 위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위해 기업이 보유한 자금을 푸는 데는 의미가 없으며 이윤확보가 일차 목표인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만큼 블랙베리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딜(deal)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WSJ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블랙베리폰은 높은 보안성과 탁월한 메일·메신저 서비스를 갖춰 금융계와 IT업계는 물론 정부기관의 업무용 핸드폰으로 각광받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기술혁신에 밀려 모바일 생태계의 주변부로 밀려난 상태다. IT 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전세계 시장에서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2009년 20%에 가까웠으나 올해는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간 시가총액은 410억달러에서 5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