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5일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을 사실상 경질함에 따라 정부의 주택정책과 주택공사의 역할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영개발 확대정책과 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건립 등 정부의 서민주거안정 정책이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부가 최근 정치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동산정책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최근 환매조건부 주택분양을 통한 ‘반값 아파트’ 공급, 공영개발 확대 등 주택시장에 파장이 큰 정책들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한 사장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3년 선배로 그동안 정치적 입지가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 한 사장이 갑자가 사의를 밝힌 배경에는 청와대가 주택정책의 기조를 바꾸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공영개발 확대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또 현재 추진이 지지부진한 국민임대주택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사장의 사의는 청와대가 부동산정책에서 공급실패의 책임을 한 사장에게 물은 데 따른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실제 전날 노 대통령은 과천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건교부는 세종시(행정복합도시)를 아주 원만하게 잘 추진해서 정말 고맙다”고 한 뒤 “반면 부동산 문제는 좀 더 노력을 해주시면 좋겠다. 지난번에는 한두 가지 놓쳤던 것 같고, 한 가지라도 놓치지 않는 완벽한 정책을 해갔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동산정책은 세제정책을 재경부가 하는 것이지만 주택 공급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건교부와 주택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임 사장 선임과정은 외형상 공개모집의 형태를 띠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입김에 의해 좌우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노 대통령의 주거복지 철학에 딱 들어맞는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까지의 사장 공모는 사내외 인사로 구성된 사장 추천위원회가 공모 지원자 중 복수의 후보를 추천한 뒤 청와대가 적임자를 낙점하는 방식이었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인 한행수 사장과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진 전 사장이 전직 장ㆍ차관급 인사와 국회의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 수십명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도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코드에 부합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 집권 말기 정권의 명운이 걸려 있는 주택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전문성 있는 인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공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용덕 청와대 경제보좌관(전 건교부 차관)이나 최근 사표를 제출한 ‘8ㆍ31 대책의 주역’ 권도엽 전 건교부 정책홍보관리실장 등이 조심스럽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주공의 자산규모와 사회적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다수의 유력 인사들이 대거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