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박세리 개척정신' 강만수 사로잡다

3년7개월 '무적 생활' 끝내고<br>내달초 산은금융과 후원 계약<br>그랜드슬램 의욕 다시 불태워


'골프여왕' 박세리(34)가 마침내 긴 무적(無籍) 시대를 마감하고 든든한 새 둥지를 얻게 됐다. 산은금융그룹이 지난 3년7개월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를 뛰었던 박세리를 후원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9월 초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은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잇달아 석권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준 박세리와 국가 경제 발전의 개척자 역할을 수행한 산은의 이미지가 딱 맞는다는 판단 아래 후원을 결정했다. 산은은 2일 지주사 내에 스포츠 마케팅단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기로 하면서 박세리와 함께 청각장애 테니스 유망주 이덕희(13ㆍ제천 동중)에 대한 지원 의사를 언급했다. 이로써 박세리는 삼성과 CJ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인 스폰서인 산은의 로고를 모자 정면에 달고 대회에 나서게 됐다. 한국인 'LPGA 개척자' 박세리의 무적 기간이 43개월까지 길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박세리는 2002년 미국 LPGA투어인 CJ나인브릿지클래식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을 인연으로 CJ와 연봉 20억원 및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조건으로 5년간 후원계약을 맺었지만 2007년 말 재계약에 실패했다. 30대의 나이에 접어든데다 유망주 후배들이 대거 미국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박세리가 새 후원사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선뜻 '물려받기'를 자청하지 않았고 박세리의 위상을 감안하면 소규모 기업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박세리의 설움은 커져갔다. 프로 선수에게 후원사가 없다는 것은 여간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한물갔다'는 평가도 감내해야 했다. 산은 관계자는 "후원이 결정되자 박세리가 펑펑 울더라"며 "의욕을 다시 불태울 수 있을 것 같아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세리는 최근 열린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산은 측은 LPGA 통산 25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회원 박세리가 경기에만 전념하고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단 1개 남은 크라프트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컵을 따내 아시아 선수 최초의 '통산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도록 후원할 방침이다. 연간 후원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국책기관으로서의 한계와 박세리의 상징성을 절충해 10억원 미만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LPGA 데뷔 첫 해 메이저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둔 박세리는 2003년까지 18승을 쓸어담은 이후 우승 페이스가 둔해졌다. 하지만 2004년부터 지난해 5월 벨마이크로 클래식까지 올린 7승도 명성에 못 미쳤을 뿐 나쁘지 않았다. 새 날개를 단 박세리가 1승만 남겨 놓은 한국 선수 LPGA투어 통산 100승 기념비에 이름을 아로새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1월 최경주(41ㆍSK텔레콤), 4월 양용은(39ㆍKB금융그룹)에 이어 박세리까지 한국 골프 간판선수들이 일제히 올해 '무적' 신분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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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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