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회등록 확산] 장외기업 단기간에 '뻥튀기'
금융당국 "현재로선 합법적…막을수 없다"
정식심사를 거치지 않고 우회적으로 코스닥시장으로 직행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간사를 선정해야 하고 코스닥위원회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후 다시 공모가 산정이란 멀고도 험한 길을 거쳐야 하는 정문상장에 비하면 백도어리스팅은 코스닥으로 가는 떼제베(고속철도) 행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장외기업은 물론 투자자, M&A업체들 사이에서 이 티켓을 얻기 위해 암중모색이 한창이다.
그러나 우회등록이 자칫 부실 장외기업을 엄정한 심사없이 코스닥에 들여보내주는 '구멍난 뒷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무엇보다 기업가치가 명확하지 않아 합병비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장외기업의 본질가치를 과대계상, 차익을 노리는 머니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은 "현재로서 합법적이라면 이를 막을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 백도어리스팅 줄 이을 듯
지난 21일 3시장업체인 코리아인타넷정보통신(이하 코인정)은 코스닥등록업체인 유니씨앤티를 인수후 합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정은 지난 1월16일 써니상사와 와이앤케이가 합병공시를 한 후 백도어리스팅 의사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첫번째 회사다.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코인정은 6월말 합병을 목표로 먼저 유니시앤티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두 회사를 합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장비업체인 A사도 일명 부띠끄 등에 회사를 매물로 내놨다. 합병할만한 코스닥업체를 물색해 달라는 것. 정식절차를 밟으면 코스닥등록까지 최소 2~3년이 걸리지만 뒷문상장을 하면 올해 안에 코스닥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또 3시장에 있는 인터넷업체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할 회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기업도 유망 장외기업과 합병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적어도 40여개 코스닥기업들이 뷰띠끄에 의뢰를 해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조조정회사와 M&A전문업체도 백도어리스팅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부띠끄 관계자는 "한 부띠끄당 최소 2~3건 입질을 하고 있다"며 "M&A나 A&D를 추진하다보면 자연스레 우회등록추진으로 연결되는 예가 많고 요즘들어서는 업체들이 아예 뒷문상장을 추진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장외시장ㆍ벤처업계에는 활력소
와이앤케이-써니상사에 이어 제2,제3의 우회등록이 성사된다면 코스닥시장은 물론 장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내용이 충실한 합병이라면 코스닥기업은 새로운 기업변신을 하게 돼 수익성 향상은 물론 미래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A&D와 같은 효과를 얻어 백도어 테마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뒷문상장이 활성화되면 가장 덕을 볼 곳은 벤처업계와 장외시장이다. 현재 장외시장은 99년 하반기부터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면서 여전히 침체에 빠져 있다.
특히 시장침체로 최대 33조원으로 추산되는 벤처투자자금이 그대로 묶여 있어 사채업계는 물론 벤처캐피탈, 엔젤투자자등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외기업들의 코스닥 우회등록이 늘어나면 투자자금이 회수되는 효과가 생겨 막혀있는 장외시장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도 투자회수기간이 짧아지고 기업들은 우회등록을 전제로 투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자금조달이 쉬워진다.
◇ 머니게임으로 전락할 수도
그러나 우회등록은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12월26일 합병신고서를 냈다 합병비율 문제로 금감원의 지적을 받은 유일반도체와 슈퍼넷 사례처럼 장외기업의 가치를 '뻥튀기'해 임의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일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합병건은 유일반도체가 철회해 무위에 그쳤지만 장외기업의 가치산정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하지 않는 한 백도어리스팅이 '돈놓고 돈먹기'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장외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하면 그만큼 그 기업 주주들이 덕을 보게 된다.
반면 상대방 기업 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를 노려 부실한 장외기업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코스닥기업 대주주와 짜고 소위 '백도어 작전'을 벌이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스닥기업인 유일반도체 대주주가 지분매각 대가로 기업을 통째로 넘기려 한 사실이 드러나 상장기업 대주주가 지분팔고 손을 터는 수단으로 우회등록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합병신고서를 심사하는 금융감독원이 우회등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심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규진기자
우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