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일본방문길에 오른다. 지난 달 미국 방문에 이어 한반도 주변 4개국에 대한 두번째 방문외교다.
하필 현충일을 택해 일본을 방문, 일본천황과 만찬을 나누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맘이 편치 않은 터다. 거기에 일본 집권 자민당 정조회장이라는 사람이 일제시대 창씨개명을 합리화하는 망언을 했고, 일본 참의원은 노 대통령의 일본체류 기간 중에 전시동원법에 해당하는 유사(有事)법제 3개법안을 보란듯이 성립시킬 것이라는 보도까지 있고 보니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착잡하기만 하다.
한ㆍ일관계는 1998년 한ㆍ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사의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은 기회만 있으면 유력정치인의 망언이나 군사대국화 시도를 통해 주변국, 특히 한국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의 대일 강경발언이 일본의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켰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리고 한일 양국간에는 과거보다 미래를 위한 과제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라고 해도 일본측이 도발한 것이라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창씨개명 합리화 발언이나 유사법안처리 문제는 우리가 당연히 유감을 표명해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小泉) 일본총리에게 유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할 것이다.
방일 날짜의 택일에서 유사법제 처리에 이르는 일련의 행태를 볼 때 일본이 노 대통령의 방일을 어떤 의도된 목적에 이용하려고 사전에 치밀하게 각본을 짜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노 대통령은 방일 중 민간방송에 출연해 `일본국민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 국민들을 상대로 미래지향의 한일관계 구상을 직접 밝힌 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한마디의 실언이라도 나온다면 오히려 아니함만도 못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대통령 방일에 대한 사전 준비 소홀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일본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이 행사에서나마 사전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일 과제 중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책 마련이 가장 중요한 이슈다. 대북조치와 관련,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추가적 조치`가 미ㆍ일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강경한 조치`로 표현됐다. 일본이 보다 강경한 조치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되나 북핵 포기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두 가지 원칙은 확실히 지켜져야 한다.
경제면에서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비롯해 일본의 한국인에 대한 비자면제, 올들어 급증하고 있는 대일무역역조 등 중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경제 현안들은 한ㆍ중ㆍ일 3국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는 점에서 양국간에 미래지향적인 협력정신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