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로금리 유지한다소고백화점 파산 따른 신용경색 우려
일본은행이 17일 정책위원회에서 반나절의 진통 끝에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일본의 금리 인상이 사실상 내년까지 물건너갔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강세로 출발했던 엔화 가치도 급속도로 추락했다.
도쿄에서 달러당 107.48엔으로 장을 연 엔화는 일본은행 회의가 한창 진행중이던 이날 오전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 경제기획청 장관이 『오늘 제로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락세로 반전, 108엔대를 무너뜨리며 속락했다.
일본은행이 강도높게 추진하던 「제로금리 포기」가 맥없이 좌절한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일본 소매업계와 금융계를 뒤흔든 「소고백화점」 사태. 지난 주 1조8,700억엔(약 173억달러)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소고백화점이 파산, 앞으로 야기될 신용경색 국면에서 기업 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금리를 현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측도 『제로금리 포기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꾸준히 제로금리 유지를 촉구, 일본은행의 발목을 잡았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지난 14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일본 경제가 본격 회복궤도에 올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일본은행도 금리 인상이 주가나 통화 가치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적절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게다가 미국 등 서방 선진국들도 지난8일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아직은 경기부양에 주력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반대 입장을 명백히 했다.
결국 일본은행은 저렴한 금융비용을 원하는 국내 기업, 확실하게 경기 회복세를 다지려는 정부, 「세계 균형성장」을 주창하는 미 정부 등과 맞선 고독한 싸움 끝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이 80~90%의 가능성을 제시하던 금리 인상이 좌절됨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일본의 제로금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7월이 아니라도 9월까지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최근의 소고백화점 사태로 경기가 다시 뒷걸음질을 친다면 인상 시기는 얼마든지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경립기자KLSN@SED.CO.KR
입력시간 2000/07/1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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