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인 물감 이면에 '저마다의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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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감상 초보자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주로 풍경이나 정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구상 작품이다.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보기에도 편해 시각적인 거부감이 없어서다. 구상작품을 자주 보다 보면 무덤덤해지는 때가 온다. 사실적인 회화에 대한 안목이 생기는 시점이다.
다음 감상 단계는 추상화. 구체적인 형태를 찾을 수 없지만 추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키우고, 숨어있던 감성을 찾아낸다는 그림감상의 본령(本領)에 도달하게 된다. 추상화에 담긴 색상과 구도의 조화를 따라가면서 자신의 미적감각과 예술적 취향을 확고하게 찾아갈 수 있다.
추상화는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데 그 중 하나가 모노크롬(monochrome). 같은 계통 색상을 사용한 그림으로 단색화라고 하기도 한다. 선의 경계선이 점차 무너지고 색으로만 작가의 생각을 담아내는 모노크롬은 서구 모더니즘의 종착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노크롬 작품은 그리는 대상을 묘사하는 단계를 넘어서는 고차원적 감성을 지니고 있어 보는 사람에게 사색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 이효성(39)씨가 모노크롬 작품을 소개하는 한국 첫 개인전 ‘풍경(Paysage)’을 소격동 학고재에서 열고 있다.
전시 제목과 달리 작품에는 쭉 뻗은 나무도 없고,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나 푸른 하늘은 더더욱 찾을 수 없다. 그저 물감의 층만 겹겹이 쌓여있고, 쌓인 색이 거대한 흔적으로 남아있는 캔버스만 걸려있을 뿐이다. 그 속에서 저마다의 풍경을 찾아내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다. 자연의 풍경을 너머 내면의 풍경을 찾아가는 기분 좋은 상상이 펼쳐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에는 최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