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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9월 10일] 금감원의 뒷북치기
최형욱 (금융부 차장) choihuk@sed.co.kr
얼마 전 기자 몇몇이 '어느 곳이 진정으로 신이 내린 직장이냐'며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한국은행ㆍ산업은행ㆍ한국거래소ㆍ증권예탁원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여러 측면에서 결론은 금융감독원으로 모아졌다.
연봉이 시중은행 이상인데다 권력기관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력 구조조정도 거의 없다. 금감원을 나가더라도 낙하산으로 금융계 감사 자리 등으로 내려가 수억원의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민(民)과 관(官)의 좋은 점만 모아놓은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인가권ㆍ제재권 등 포괄적인 감독권을 보유해 '금융계 검찰'로 불리지만 관리ㆍ감독에 실패하더라도 책임지는 일이 거의 없다.
지난 1999년 외환위기 책임론이 한창일 때였다. 금감원은 1999년 1월20일 국회에 낸 보고서에서 환란의 주요 원인으로 부실한 금융감독 등을 꼽으면서도 분산된 감독체계를 이유로 재정경제원 등에 책임을 떠넘겼다. 2002년 카드대란 때도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금융감독기구들이 형식적인 감사로 카드대란을 예방하지 못했다(2004년 7월16일)"고 발표했지만 금감원의 책임지는 모습은 없었다.
지금도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천문학적인 투자손실로 중징계를 당했지만 금감원은 면피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재정경제부와 금감원이 '동북아 금융 허브' 등을 외치는 과정에서 황 회장의 '무대뽀'식 파생상품 투자가 이뤄졌는데도 말이다. 더구나 금감원은 2007년 6월 우리은행 종합검사 때 법규 위반 내용을 적발하지 못했다가 올 6월 검사에서는 위험관리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해 '뒷북 제재'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 징계 과정에서도 금감원은 감독 당국의 생명인 투명성ㆍ신뢰 확보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장영 금감원 부원장은 4일 0시10분 황 회장 징계를 결정하고도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거짓말까지 늘어놓았다.
이번 기회에 황 회장의 잘못을 가리는 것 외에 국회ㆍ감사원 등이 나서 금융 당국의 책임 여부도 명확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만 고유책무인 사전적 예방 기능은 소홀한 채 뒷북치기에 바쁜 금감원의 행태도 바뀔 것이다. 금감원이 '뒷북' 전문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 경제는 주기적으로 금융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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