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충돌이 촉발한 중국의 거센 반일 시위가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20일 일본 NHK방송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대 백화점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올 연말로 계획했던 중국 추가 출점을 중단키로 했다. 센카쿠 충돌 이후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 사이에는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잇따랐지만 당초 예정했던 중국사업을 아예 보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당초 톈진에 중국 내 5번째 점포 개설을 추진했지만 올 연말을 목표로 추진하던 추가 출점 계획을 보류하게 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회사측은 이에 대해 현지 합작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센카쿠 충돌 이후 현지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벌어지는 등 경영여건이 불안해진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두(成都)에 위치한 이세탄 점포는 지난 주말의 대규모 시위로 한때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 기업이나 제품들을 겨냥한 중국 현지의 공격으로 가뜩이나 불안기류에 휩싸인 일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향후 양국 관계 추이에 따라서는 중국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일본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보수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지난 19일 익명의 대기업 임원의 말을 인용, 일본기업들의 피해와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엄중한 대응을 하지 않는 데 대해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시위가 더 격화된다면 현지공장의 생산중단 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주말의 거센 시위로 시안시에 공장을 둔 기계업체인 다이킨공업은 지난 16일 밤부터 17일까지 부품제조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며, 지난 18일 후베이성 우한으로 시위의 불길이 번지자 우한에 위치한 혼다 공장은 경계태세에 돌입하기도 했다. 의류 브랜드'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리테일링도 앞으로 사태 진행 추이에 따라 일시적인 폐점에 나서는 등 긴급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반일 시위의 불똥은 일본 항공업계와 관광산업에도 직격타를 가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센카쿠 충돌 이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의 중국노선 좌석예약을 취소한 승객은 지난 18일 현재까지 에서 총 1만1,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항공의 오오니시 마사루(大西賢) 사장은 앞으로도 저조한 예약 상황이 이어질 경우 중일 노선 편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일본 관광지에서도 양국간 감정 대립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체 숙박객의 90%에 달하는 외국인 가운데 40%를 중국인이 차지하는 후지산 인근의 한 호텔에서는 9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 약 3,000명이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중국인 고객 수가 전년비 절반으로 급감, 엔고와 맞물린 악재로 이중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대규모 시위가 확산되고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자 양국 정부는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에 중ㆍ일 외무장관과 총리 회담을 별도로 개최, 중일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