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불법 대출이 문제가 되면서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겪었던 제일저축은행이 자회사인 '제일2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의 이 같은 작업은 저축은행들이 6월 결산을 앞두고 저축은행들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가운데 취한 조치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시장에서는 저축은행들의 성적표(결산)가 나오는 오는 9월이면 감독당국이 강제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것이고 이 경우 매물 급증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 인수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팔 사람은 급한데 살 사람은 느긋한 형국인데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M&A) 작업도 정체 상태다.
23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뱅크런' 사태를 겪었던 제일저축은행은 계열사인 제일2저축은행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제일저축은행이 뱅크런 이후 조직 재정비와 자구 차원에서 제일2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아직 시장에 공식적으로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은행의 관계자도 "매각에 대한 기본검토 작업은 하고 있다"며 "그러나 요새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제일2저축은행은 지난 3월 말 현재 자산규모가 1조1,731억원으로 중대형 저축은행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제일 측의 이번 조치가 뱅크런을 겪은 후 자산운용이 꼬이면서 취한 조치로 보고 있다.
경기솔로몬 매각계획을 밝혔던 솔로몬저축은행도 추가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본사건물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로몬은 최근 방배 사옥을 11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문제는 경기솔로몬 매각. 예상보다 최종매각계약 체결이 늦어지면서 결산시점인 6월을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경영실적이 나빠진 W저축은행도 매각소문이 흘러나온다. W저축은행은 사모펀드인 리딩밸류PEF가 대주주인데 펀드만기일이 내년 8월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오는 9월 말쯤 시작되면 그 이후에 저축은행을 살 경우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3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발표되고 회계법인 진단이 나오면 당국 나름대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월 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결산 이후에는 대대적인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 대주주가 증자 여력이 없는데다 추가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어서다. 자율적인 M&A도 어려워 정부 주도의 강제 구조조정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저축은행 업계의 관계자는 "10월이나 11월이 되면 저축은행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게 시장 분위기"라며 "정부 주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