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서면조사하기 위해 17일 오후 e메일로 서면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에게 귀국을 종용했지만 난색을 보여 e메일을 통한 서면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무조사 무마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한 전 청장에 대해 검찰이 서면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여론의 부실수사 비판을 부를 수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및 지난해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한 전 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담당자들의 통화내역, 자금거래 내역을 추적해 로비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해놓고도 소극적인 서면조사 방법을 택한 것은 검찰의 수사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현재로서는 한 전 청장의 귀국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일단 e메일 조사로 대체하기로 했다”며 “서면조사라도 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이 참고인 신분이고 해외에 체류 중이라 소환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전 청장을 상대로 한 서면질의서에는 통화내역 등 그동안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박 전 회장 측으로부터 세무조사를 중단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는지 등의 질문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의 서면답변은 이르면 19일 오후께 검찰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이날 소환조사했다. 이 전 수석은 지난해 7~11월 박 전 회장이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당시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 전 중부국세청장과 천 회장과 함께 세무조사 무마를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수석은 또 2003년 동생을 통해 박 전 회장의 돈 5억4,000만원을 빌려 변호사 사무실 임차보증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수석을 상대로 박 전 회장 구명 활동을 벌였는지와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적인 자금을 받았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한 전 청장과 이 전 수석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면 이번주 중으로 천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로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가 박 전 회장에게서 송금 받은 40만달러와 관련한 미국 아파트 계약서와 부동산중개업자의 통장사본을 확보해 정확한 계약 내용 등을 분석하는 대로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