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작부터 충돌… 분노·슬픔으로 물든 법정

■ 세월호 침몰 사고 선원 15명 첫 재판

유족 플래카드 반입싸고 몸싸움

피해자 가족에 일일이 발언기회

檢 "선장 등 살인죄 적용 마땅"

변호인 "고의성은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유족들의 분노는 광주지법 법정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터져나왔다. 법원 측이 유가족들이 준비해온 플래카드 등의 법정 반입을 제지했기 때문이다. 유족들은 "피해자들을 보호해줘야지 왜 죄인들을 보호하는 거냐"며 크게 분노했고 이 다툼은 결국 법원 경위들과의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 10일 300여명의 실종·사망자를 낳은 세월호 침몰 사고 주범들에 대한 첫 재판은 이렇듯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법정 안에서도 유족들은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족 중 한 사람이 "네놈들이 사람이냐. 짐승보다 못한 새끼. 금수"라고 선명하게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법대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리에 섰다. 경위들은 제지할 수밖에 없었고 충돌은 다시 시작됐다. 피해자 가족들은 "허락 받고 얘기해야 하나. 우리도 법에 어긋나는 일은 안 한다. 왜 자꾸 유족들이 하는 행동을 막기만 하냐"고 한탄했고 경위들은 "조금만 진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오후2시. 재판을 심리하는 형사11부 임정엽 부장판사가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이번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고인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어느 정도의 형벌을 받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재판이다.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공정하게 재판을 해서 법과 정의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피해자 가족들도 협조해달라"는 발언과 함께 재판의 시작을 알렸지만 소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순간순간마다 분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유족들이 "살인자야!" "나쁜 놈들" "우리 자식은 죽었는데 밥은 잘 먹고 다니냐"는 북받친 감정들을 큰 소리로 토해냈다. 피고인들이 법정을 들어서는 순간 숨죽인 울음, 그 울음을 참기 위한 깊은 한숨들이 법정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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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부장판사는 이런 순간마다 가장 격한 감정을 보이는 피해자 가족들을 일일이 일으켜 감정을 쏟아낼 기회를 주는 한편 "심정은 정말 이해가 가지만 욕을 하거나 피고인을 위협하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 조금만 자제해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의 인정심문(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무려 45분, 검사가 공소취지를 밝히는 시점까지 꼬박 1시간이 걸렸다.

겨우 절차가 시작되고 피해자 대표인 김병권씨가 유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발언을 시작했다. 유족들의 흐느끼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김 대표는 "피고인들은 승객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살인이 아니면 무엇이 살인이냐"며 "피고인들은 승객들만 죽인 게 아니라 우리 가족들의 영혼까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모두 죽였다. 철저한 진실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피고인들을 향해서도 "당신 자식들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제발 진실을 말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어 검찰은 "이준석 선장 등이 탑승객들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도망쳤기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공소 취지를 밝혔다. 반면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은 "피고인들이 중죄를 저질렀다면 엄한 형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지만 여기 피고인들의 얘기를 모두 듣고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한 뒤 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이 선장의 변호인은 이 선장에게 적용된 살인죄에 대해 "살인죄 적용은 고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 선장이 사고 당시 꼬리뼈 등에 상처를 입은 점, 해경에 의해 조타실에 있던 사람 중 맨 마지막으로 구조된 점, 피고인이 아무런 원한도 없는 학생들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주장은 상식에 비춰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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