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체를 보는 개혁

동네 축구선수와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겠지만 가장 큰 특징은 동네 축구선수들의 경우 죽어라고 말을 안 듣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공만 열심히 쫓아 다닌다. 응원석에서 바로 옆이 우리 편이라며 패스하라고 소리쳐도 요지부동이다. 혼자서 끝까지 공을 몰고 가기라도 하면 좋겠지만 십중팔구 빼앗기고 만다. 응원석에서는 빈 자리가 빤히 보이는데도 혼자서 공을 몰아대는 선수가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은 수 십번 되풀이 된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한가지. 전체를 읽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장 전체의 흐름을 읽는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니까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고, 눈앞의 상황에만 매달리다 보니 동료가 어디 있는지 보일 리가 없다. 최근 SK를 비롯한 재벌기업에 몰아치고 있는 매서운 바람에서도 이 같은 상황 논리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사실 재벌기업 문제는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업종 확장과 경제력 집중은 이미 한계 수위를 넘은 상태며, 여기에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부당 내부거래 및 탈세를 감안하면 재벌 개혁은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당위성을 갖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상당히 단선적인, 그러면서도 수단이 목적을 앞서는 듯한 감을 지을 수 없다. 현재 한국 경제는 치솟는 국제 유가로 물가가 불안하며, 실업률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 월별 무역수지가 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고, 그 동안 내수 경기를 지탱해 온 가계지출도 4년 만에 줄어드는 등 더블딥(W자형 이중침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제 주체, 특히 기업인들의 투자심리가 얼어 붙으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해외의 시각도 이와 비슷하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재벌 개혁의 당위성을 전제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 특히 명확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돈`은 무엇보다 리스크를 싫어한다. 돈이 수면 아래로 숨어 버리면 경제라는 전체 틀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전체를 보는 개혁, 특히 누구 말처럼 밤 사이에 내린 봄비가 소리없이 대지를 적시듯 재벌 개혁을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정구영(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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